'시민행복' 서비스 기업 선언한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대담=소민호 사회부장, 정리=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앞으로 3년 내 100% 자립 경영을 이룩하겠다. 단순 시설관리가 아니라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서비스를 창출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
▲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오성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이 '환골탈태'(換骨脫胎)를 선언했다. 1983년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 공단으로 설립된 서울시설공단이 그동안은 단순한 시설물 관리ㆍ운영에 집중해온 조직었다면, 앞으로는 시민행복서비스를 창출하는 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잘 드러나지 않는 서비스를 담당해온 조직이 '시민행복'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적극적으로 외부에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오 이사장은 지난 18일 서울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직을 널리 알리고 서비스 강화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시민 서비스 강화의 대표적 사례는 경기장 개방이다. 프로축구ㆍ국가대표 경기 외에는 문턱이 높은 서울월드컵 경기장을 조기축구회 등 아마추어 동호인들이나 일반 시민에게 전면 개방한다는 것이다. 연중 엘리트 축구 경기만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새 잔디 교체 주기를 앞당기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잔디 유지관리에 힘써 시민들이 더욱 많이 활용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주경기장 사용료도 종전 102만원에서 69만원(평일 주간 2시간 기준)으로 낮춘다. 또 장례비용 절감에도 앞장선다. 서울시립승화원ㆍ서울추모공원 등 추모시설의 사용료를 절반으로 낮춘다. 서울의료원 장례식장과 협력해 거품을 완전히 제거한 '착한 장례비 50% 모델'을 선보이는 계획을 선보였다. 장의용품, 접객비, 안장비용 등의 표준 가격표를 만들어 현재 평균 1200만원에 달하는 장례비 거품을 걷어내기로 했다.
▲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오는 2017년까지 350여억원의 신규 수익을 창출하고 비용 50여억원을 줄여 지방공단 최초로 100% 자립 경영을 시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이를 통해 결국 '공사'로 독립하겠다는 포부다. 이미 전문업체를 통해 자문받아 새 조직명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오는 5월 중순부터 바뀔 이름은 '서울인프라'다. '공단'이라는 다소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경영의 자율성을 확보, 결국 시민에 대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오 이사장은 이를 위해 도로 관리기능을 전담하는 조직을 별도의 공단으로 분리하는 한편 단순 시설관리 중심의 백화점식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기로 했다. 시민 생활과 밀착된 시설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즉 지하도상가의 체육시설, 지하도 상가, 어린이대공원ㆍ추모시설 등 수익이 남는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청계천ㆍ공동구ㆍ번호판영치ㆍ공사 감독 등 시민 생활 및 안전과 관련된 공공사업은 계속 전문 대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하도상가를 공단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공공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익도 얻어내 수지를 맞춰 자립하겠다는 공단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숙제일 수도 있다. 혁신 추진에 대해 내부 이해 관계에 따라 "이대로가 편한 데 왜 사서 고생을 하냐"는 반발 기류도 있다. 하지만 오 이사장의 의지는 높았다. 그는 이에 대해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용두동에 위치한 공단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현재 공단 업무를 보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시 수입으로 전액 입금되다 보니 직원들이 힘이 빠지고, 자율성도 없어 열심히 할 수록 시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대로라면 절대 창의적인 조직이 될 수가 없다"며 "나는 3년짜리 임시직으로, 직원들이 움직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만큼 직원들에게 '자식들한테도 떳떳한 직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조직 전체가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데 현재는 너무 소극적이다"라며 "공단 미래 발전을 위해 젊고 의욕있는 직원들을 모아 앞으로 공단이 걸어가야 할 미래 비전을 만들었고, 앞으로 이에 대한 실천과 검증 과정을 밟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이사장은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채용 비리를 없애기 위해 100% 외부 전문가들로 면접을 보도록 하고 당일 합격자를 발표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외부 반부패활동 전문기관에 의한 365일 청렴 모니터링을 제도화하는 한편 부패 혐의로 징계를 받은 직원에 대해선 일벌백계 방침을 실천할 계획이다.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해빙기와 우기철 자동차 전용도로에 발생하는 포트홀을 신속 보수하기 위해 선보수후보고 제도ㆍ구간별 책임관리제 등도 시행한다. 도로 현장에서는 실시간으로 불편함과 위험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보고부터 하느라 보수가 늦어지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사고 다발 위험 구간을 없애기 위한 도로 구조 개선 공사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어린이'가 있는 어린이대공원 운영, 묘지역사자원을 활용한 '웰다잉투어' 진행, 지하상가 화재시 3분이내 대피 대책 마련 등의 계획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으로 경영이나 행정에 문외한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편견과 오해'라고 못박았다. 오 이사장은 '시민단체들이 주로 하는 일이 시민들이 뭘 바라는 지 읽어내서 행정기관 등에 관철시켜 내는 것으로 시민운동과 행정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시민운동 경력이 업무에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세부적인 경영 문제야 워낙 내부에 전문가가 많은 만큼 협업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혁신 방안 마련을 위해 설문조사를 해보니 공단을 제대로 아는 시민은 8.7%에 불과할 정도로 잘 모르더라. 하지만 공단은 서울시민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지만 빛나지 않는 서비스들을 낮은 곳에서 조용히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며 "서울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풍부하고 아름답게 해 나가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프로필 :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1967년 6월29일생학력 진주고등학교/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주요경력2013년6월~ 현재 서울시설공단 이사장2012년6월~2013년6월 서울시설공단 사업운영본부장2003년5월~2012년4월 에너지복지센터 대표이사2011년12월~2012년3월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준) 집행위원장2011년11월~2012년3월 서울시 희망서울정책 자문위원회 위원1996년5월~2011년12월 (사)환경정의 사무처장2007년3월~2011년3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2010년2월~2011년2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2009년2월~2009년12월 한국환경공단 설립위원회 위원2004 년~2007년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오성규는 누구인가?>'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행동가'. 박원순 서울시장 못지 않은 열정과 '워커홀릭'을 방불케하는 실천력으로 서울시설공단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오 이사장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오 이사장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에 몸 담았고,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 생활을 시작으로 (사)환경정의 사무처장, 시민사회연대회의 사무처장 등 17년 여 동안 시민운동을 하는 동안 누구보다도 한 발 앞서 실천하는 '행동가'로 유명했다. 또 이에 못지 않은 뛰어난 지식과 달변을 자랑하기도 한다. 한때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1년 여간 전담 코너를 맡아 시사 해설을 진행했을 정도다. 그의 활동력과 지식ㆍ달변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대표해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본부 사무처장을 맡았을 때나, 이후 '느닷없이' 차출당해 서울시설관리공단 본부장ㆍ이사장을 연이어 맡았을 때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다. 오 이사장은 이같은 활동력과 설득 능력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소통해 적극적인 동기 부여를 통해 공단을 혁신시킬 수 있는 내부 동력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는 오 이사장이 취임한 후 한때 서울시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조직이었던 서울시설공단이 거듭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산하 공기업 중 행정자치부ㆍ서울시의 지방공기업 평가, 기관평가, 기관장 평가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엔 단순 시설관리업무 기관이 아닌 '시민행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10대 혁신 과제를 추진 중이다 한편 오 이사장은 부인 성수경씨와의 사이에 두 딸을 두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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