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논리다] ‘나를 사랑했던 스파이’의 뜻은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누구나 안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랑했던’은 그 사람이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어법이라는 점을. ‘앙상한 가지만 쓸쓸했던 나무에 온갖 꽃이 반발했구나’에서 나무는 지난 겨울에 쓸쓸한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화사하게 치장하고 있다.

금천구 봄꽃길

이처럼 ‘~ㅆ던’은 ‘그 때는 그랬지만 그건 그 때에 한정된 일’일 경우에 쓰인다. 그런데도 글을 쓸 때는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ㅆ던’을 넣는 경우가 잦다. ▷이것은 진시황제 시대에 만들어졌던 병마용이다. ▶이것은 진시황제 시대에 만들어진 병마용이다. ▷지지리도 못살았던 옛날에도 추석이면 마음이 풍성해졌다. ▶지지리도 못산 옛날에도 추석이면 마음이 풍성해졌다. 병마용이 진시황제 시대에 만들어졌다가 달리 어찌 된 게 아니다. 둘째 문장에서 ‘옛날’은 우리 형편이 좋지 않던 시기를 가리킨다. 그 시절에는 못살았다가 형편이 바뀐 적이 없다. ‘못살았던’은 ‘그 시절에 그토록 못살았던 사람이 갑자기 갑부가 됐다’에서처럼 변화가 생긴 경우에 쓰는 게 자연스럽다. ▷나는 현대자동차가 엑셀이란 이름의 소형차를 5000달러도 안 되는 가격으로 수출했던 1986년에 바로 이 차를 수출하는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현대자동차가 엑셀이란 이름의 소형차를 5000달러도 안 되는 가격으로 수출한 1986년에 바로 이 차를 수출하는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다른 작가들이 20대 중후반에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던 데 반해 이들은 여러 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신 뒤 30대를 훌쩍 넘어서고 나서 1971년도에 나란히 등장했다. ▶다른 작가들이 20대 중후반에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얼굴을 내민 데 반해 이들은 여러 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신 뒤 30대를 훌쩍 넘어서고 나서 1971년도에 나란히 등장했다. 수출하다 만 게 아니고 내밀다 그만두지 않았으므로 각각 ‘수출한’과 ‘내민’으로 고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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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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