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논리다] 머리 없이 다리만 있는 문장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유안타증권은 23일 하나마이크론에 대해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기존대로 유지한다며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영업이익은 374억원으로 2014년보다 57%나 성장한다는 전망이다.”둘째 문장의 주어가 뭘까. ‘유안타증권’일 경우 문장은 아래와 같이 된다. ▷유안타증권은 (하나마이크론의) 영업이익은 374억원으로 2014년보다 57%나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전망이다’로 주어와 술어가 어울리지 못한다. ‘영업이익’이 주어라면 이 또한 ‘영업이익은 ~전망이다’로 주술 호응이 이상하다. 주어가 뚜렷하지 않고 술어와 호응하지 않는 이런 ‘~전망이다’ 투 문장은 어떻게 해서 생긴 걸까. 실마리는 ‘~할 것이다’는 표현에 있다. ‘~할 것이다’는 예정, 추측, 가능, 의지를 나타낸다. ▶(고2학생) 저 내년에 어떻게 되죠? (선생) 응 고3이 될 거야. (예정)▶그는 아마 기분이 좋을 것이다. (추측)▶너라면 이 난제를 풀 것이다. (가능)▶나는 올해 반드시 담배를 끊을 것이다. (의지)누군가 ‘것’ 대신 뜻에 따라 다른 명사를 넣기 시작했다. ▷나는 올해 반드시 담배를 끊을 계획이다. (의지)▷주요 대학은 내년 입시에서부터 수행평가 비중을 키울 예정이다. (예정)‘나는 계획이다’ ‘대학은 예정이다’는 주어 술어 호응이 어색하다. 다음과 같이 쓰는 편이 낫다. ▶나는 올해 반드시 담배를 끊기로 했다. ▶주요 대학은 내년 입시에서부터 수행평가 비중을 키우기로 했다. 다음 예문에서 ‘전망이다’가 들어간 문장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중국과 대만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었다.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는 분위기다. 두 나라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두 나라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두 나라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두 나라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두 나라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첫째 문장은 주술 관계가 ‘영향이 ~전망이다’로 자연스럽지 않다. ‘전망’을 ‘것’으로 되돌려놓은 둘째 문장이 더 낫다. 주어를 받지 않은 채 ‘명사+이다’형으로 문장을 끝내는 잘못된 용례가 많아지다보니 서두에 내놓은 ‘영업이익은 ~전망이다’ 같은 문장이 나왔다. ‘전망이다’ 외에 ‘평가다’ ‘추측이다’ ‘목표다’ ‘주문이다’ 등도 쓰인다. ‘영업이익은 ~전망이다’ 문장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영업이익은 374억원으로 2014년보다 57%나 성장한다는 전망이다.▶(유안타증권은 하나마이크론의) 영업이익은 374억원으로 2014년보다 57%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마이크론의) 영업이익은 374억원으로 2014년보다 57%나 성장할 것으로 (유안타증권에 의해) 전망됐다. 최악은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는 분위기다’는 식의 주어가 없는 문장이다. 이 뜻은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분위기는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등으로 표현해야 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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