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불황 한파]1년 새 문 닫은 수선집만 수십 곳

재봉틀이 녹슬 지경…'장사, 안되도 너무 안 된다'

지난 주말 찾은 명품수선집. 찾는 사람들이 없어 고요한 적막만 흘렀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명품수선집 재봉틀이 논다. 주말이면 '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한 참 바쁘게 움직여야 할 시간이지만 찾는 이가 없다보니 재봉틀 바늘에 녹이 슬 지경이다.지난 주말 찾은 압구정, 명동 일대 명품수선집은 고요한 적막만 흘렀다. 밖과 안은 마치 이어폰을 빼고 꽂았을 때처럼 확연히 달랐다.생각해보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명품숍과 수선집은 한집 건너 한 집이었는데, 참으로 많이 바뀌었다.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특히 압구정의 경우 야타족과 오렌지족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강남 최고의 상권으로 명성을 누리는 등 패션의 메카로 불렸지만 지금은 "아니올시다"이다. 부동산 한 관계자는 "중고명품숍과 수선집들이 자취를 감추며 그 자리에 유니클로, H&M 등 SPA브랜드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며 "이제 압구정은 명품이 아닌 SPA브랜드가 주를 이룬 중저가 매장들이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일 년 새 문을 닫은 중고명품숍과 수선집만 수십 곳에 달한다"며 "그나마 버티고 있는 곳들도 언제 문을 닫을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30여 년간 압구정에서 명품수선집을 운영 중인 OO사 대표는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 적이 없다"며 "장사가 안 되도 너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있던 손님도 가로수길이나 명동으로 가는 것 같다고 씁씁해 했다. 또 다른 OO사 대표는 "명품이고 국산이고 수선을 맡기는 사람들 자체가 많이 줄었다"며 "돈 많은 사람들도 경기가 안 좋으니까 더 움츠러드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는 사람이 없으니 수선도 맡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명동 지역 수선집도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수요로 압구정보다 조금 나았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명품수선집을 운영해온 OO사 대표는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수선뿐 아니라 낡은 명품을 고쳐 활용하려는 심리가 있었지만 이러한 수요도 점점 줄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명품수선집에 들른 박진경(33ㆍ가명)씨는 "예전 같으면 새 구두를 구매할 텐데, 고쳐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왔다"며 "백화점에 A/S를 맡기면 1∼2달은 기본이고 가격도 비싸지면 (명품 수선집)여기는 브랜드보다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1만∼2만원을 받아 믿고 맡기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맞은편 건물에서 5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OO사 관계자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워낙 오랫동안 자리 잡고 하다 보니 불황이라도 믿고 맡기는 사람들이 있다"며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 등 명품 판매가 비교적 활발해 타 지역에 비해 벌이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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