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사진=KBL 제공]
[수원·안양=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농구 부산 kt와 안양 KGC인삼공사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조성민(32·kt), 오세근(28), 양희종(31·이상 KGC) 등 주축선수들의 부상이 뼈아팠다. 공백을 메우면서 소득은 있었다. 향후 선수단을 이끌 새 얼굴이 부상했다. kt는 약점으로 지적받은 골밑에서 김승원(26)이 제 몫을 했다. KGC는 이정현(28)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가드진이 안정을 되찾았다. “올 시즌이 끝났을 뿐이에요. 아직 보여줄 게 많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두 선수는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까.▲김승원 “더 유연하고 빠르게”“더 이상 '통나무'로 불리고 싶지 않아요.” 김승원은 지난 시즌 직후부터 유연성을 기르는데 몰두했다. 숙소에 남아 최영재 트레이너로부터 요가를 배웠다. 전창진(52) 감독의 지원으로 발레도 했다. 코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어깨부터 다리까지 온몸이 쑤셨지만 골밑에서 경쟁할 무기가 필요했다. “미들 슛이 괜찮지만 센터잖아요. 골밑에서의 유연한 움직임이 급선무죠.” 그래서 시즌 중에도 틈이 나는 대로 다리를 찢었다. 수건 등을 이용해 상체 근육도 이완시켰다. “조금만 소홀하면 몸이 굳어버려요. 아직 균형도 잡히지 않았고요. 갈 길이 멉니다.”
김승원[사진=KBL 제공]
충분한 성장 가능성은 뽐냈다. 올 시즌 마흔다섯 경기에서 평균 6.3득점 4.8리바운드 1.3도움 0.6가로막기를 남겼다. 모두 커리어하이다. “속공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골밑에서 많이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레 성적이 올랐어요.” 그래도 자평은 60점으로 박하다. “기본에 충실하려고 했지만 수비에서 놓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골밑에서 저만의 무기도 만들지 못했고요.” 성실한 활약에도 여덟 경기를 결장한 건 이 때문이다. 상대가 빠른 선수들을 배치하면 명단에서 제외됐다. 전 감독은 “아직 작은 선수를 막는 요령이 부족하다”고 했다. 김승원은 “서운할 때도 있지만 부족한 실력 탓이다.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그는 전 감독의 권유로 조만간 국군체육부대에 지원한다. 기량을 갈고닦기에 용이한 환경에서 무게중심을 잡고 풋워크 기술과 스피드를 높이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외곽 수비에 대한 욕심도 있다. “올 시즌을 뛰면서 무엇이 부족한지 깨달았어요. 많이 성장해서 돌아오고 싶어요.” 다부진 각오에는 절박함이 묻어있다. “김종규(24·창원 LG), 김준일(23·서울 삼성), 이승현(23·고양 오리온스) 등 토종 센터와 파워포워드에 잘하는 후배들이 많아졌어요.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끝입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담겼다. “2007년 세르비아에서 열린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면서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했는데 주위 풍경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혼자 보기에 아까울 만큼이요.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에게 그 광경을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이정현[사진=KBL 제공]
▲이정현 “슛 연습이 살 길이다”하위권을 맴돌던 KGC는 1월 30일 이정현이 합류하면서 조금 달라졌다. 선두 울산 모비스의 발목을 두 차례나 잡는 등 열세 경기에서 7승 6패로 선전했다. “활력소까지는 아니에요.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했을 때 함께 뛰었을 뿐이죠.” 내심 그는 안도한다. “국군체육부대를 전역하면서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많았어요. 몸이 좋지 않았거든요.” 이정현은 전역을 한 달여 앞두고 몸살에 시달렸다. 대상포진까지 생겨 제대로 훈련을 받을 수 없었다. “전국체육대회, 농구대잔치 등에서 쉴 틈 없이 달렸더니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KGC 합류까지 앞둬 스트레스가 많았죠.”기우였다. 1월 30일 모비스를 상대로 가진 복귀 경기에서 6득점 4도움을 기록하더니 2월 1일 원주 동부와 경기에서 22득점했다. 열세 경기에서 평균 11.4득점 3.3리바운드 4.1도움 0.9가로채기를 기록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쌓은 경험 덕이에요. 시야가 크게 넓어지면서 움직임에 여유가 생겼어요. 절제된 생활로 정신력도 강해졌고요.” KGC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본 것도 도움이 됐다. “코트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찬스가 생길지 많이 생각했어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자주 그렸죠.” 그의 가세에도 KGC는 ‘봄 농구’에 실패했다. 이미 두 차례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이정현은 안타까움이 크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를 많이 뛰어야 이기는 법에 익숙해질 수 있어요. 그 기회가 돌아오지 않아 아쉬워요.”
이정현[사진=KBL 제공]
그는 농구화 끈을 다시 조여 맨다. “다시 시작해야죠. KGC는 강한 팀이잖아요. 명성에 걸맞게 저부터 구단 가치를 높이고 싶어요.” 할 일은 태산이다. 체력과 기술을 높이면서 리더십까지 발휘해야 한다. “동갑내기인 (오)세근이와 (박)찬희(28)가 어느덧 중고참이 돼 있더라고요. 자주 얘기를 나누면서 주장인 (양)희종이 형을 도와야죠. 국군체육부대에서 선수들을 이끌면서 나름 노하우를 터득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슛에 신경을 많이 쓴다. 야투성공률이 2011-2012시즌(45.0%) 뒤 계속 내림세다. 2012-2013시즌에 39.7%, 올 시즌에 34.8%까지 떨어졌다. “아버지가 경기장을 찾으실 때마다 슛 연습을 하라고 다그치세요. 비슷한 내용의 문자도 많이 보내시고요. 이제 걱정을 줄여드려야죠. 열심히 준비해볼게요.”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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