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영란법' 논란과 '反부패' 시대정신

우여곡절 끝에 어제 국회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제정됐다. 내년 9월부터 시행될 이 법은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를 추방하는 데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공직자 등의 금품수수 행위에 대해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처벌하게 해 기존 형법상 뇌물죄 조항보다 훨씬 엄격한 징벌이 이뤄지게 됐다. '1회에 100만원 초과, 1년에 동일인으로부터 300만원 초과'라는 형사처벌 대상 수수금액 규모도 관행으로 통하던 금품수수 행위의 상당 부분을 명시적으로 불법화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그러나 여야 정당이 한편으로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고 다른 한편으로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 막판에 졸속으로 흐르다 보니 법이 여러 가지 흠결을 갖게 됐다. 법적용 대상에 민간 부문의 언론인까지 공적 기능을 한다는 이유로 포함시키면서 역시 공적 기능을 하는 변호사와 사회단체 간부 등을 제외한 것은 논란거리로 남았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고서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한 부부 간 불고지죄 적용 조항은 위헌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적용 예외의 일부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그렇다. 사사건건 통상성과 일률성 여부에 관한 논란이 빚어질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정치적 독립성의 측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의 정치적 남용이나 자의적 적용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검경의 표적수사에 악용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 행위를 처벌 대상 청탁에서 빼고 시행 시점을 1년6개월 후로 잡은 것은 이기적 담합의 결과다. 김영란법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시행에 들어가기도 전에 위헌심판이 청구될 수도 있고 국회에서 개정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김영란법 자체를 무력화하거나 입법 취지를 희석시키려는 시도가 있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영란법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리고 그 목적지는 '부패추방'이라는 입법 취지가 실현돼 우리 사회에 새로운 관행과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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