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소통'이다.집권 초기 불통 이미지가 강하게 박히면서 소통문제는 언제나 청와대와 국회를 가로막았다. 강석호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박근혜정부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정·청 간 소통"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박 대통령과 국회의 불통은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서 비롯됐다.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2년 차 중반으로 접어든 지난해 3분기까지 60%를 넘나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여야가 청와대를 따라오는 형국이 연출됐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박 대통령을 이용해 한 표를 호소한 '박심 마케팅'은 당청관계를 보여주는 극적인 단면이었다.여당과 정치평론가들은 그러나 집권 3년 차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지율이 높을 때는 국정을 주도할 수 있었지만,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하고 정부 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더 이상 청와대 독주만으로는 국정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안 처리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안을 쥐고 있는 여야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얘기다.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가 안정적으로 살아나야 국정에 원활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국민에게 경제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특히 경제살리기가 민심의 화두인 만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11개의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여야 역할이 필수적이다.강석호 의원은 "여야가 경제관련 법안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선도적으로 나서 법을 통과시켜야 경제활성화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청와대와 여야 관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갖는 등 소통 부분에 있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무엇보다 여당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권과 불통'이라는 지적에 대해 "적당한 타협이 소통은 아니다"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으나 올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여당은 정부의 동반자인 만큼 당 의견을 존중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여당 역시 이달 초 유승민 원내대표 선출 이후 "당이 당청, 당정을 주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유 원내대표는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청 관계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일단 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국정운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방통행식을 접고 당청관계를 수평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수평적인 관계가 돼야 국정운영 전반을 인식하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지난달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국무총리로 임명한 것도 소통 강화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이 총리는 원내대표 시절 야당과 세월호특별법, 예산안 등 협상을 주도하면서 여야 소통에서 인상을 남겼다.이 총리는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로 거론될 때부터 소통을 잘할 것 같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며 "청와대와 여야 간 소통에 신경쓰겠다"고 말했다.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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