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전면 확대(유로존 국채 매입) 선언 후 비(非)유로권 유럽 국가들이 잇달아 통화전쟁 참전을 선언하고 있다. 유로 약세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가 12일(현지시간) BOE의 분기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공개한 자리에서 상반기에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카니 총재는 이어 "당장 추가 양적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과 발 맞춰 금리도 인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주요 선진국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여겨졌다. 그랬던 영국이 되레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긴축 입장에서 환율전쟁 동참으로 급선회인 셈이다. 영국처럼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유럽 국가들은 속속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고 있다. 스웨덴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에서 -0.1%로 0.1%포인트 인하키로 결정했다. 자국 국채를 100억스웨덴크로나(약 1조3000억원) 규모로 매입하는 양적완화 계획도 발표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향후 경기 변동에 따라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환율전쟁에 동참하겠다는 뜻이다. 북유럽의 또 다른 비유로권 국가인 덴마크는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한지 오래다. 덴마크는 ECB의 양적완화 발표 후 18일만에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인하했다. 현재 덴마크의 기준금리는 -0.75%다. 덴마크 정부는 이날 예정됐던 3개월물 단기 국채 입찰을 취소했다. 외국인 투자금이 몰릴 경우 자국 통화 가치가 오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향후 주목되는 것은 스위스 중앙은행의 행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3년 넘게 고수해왔던 최저환율제를 지난달 전격 폐지했다. 유로 매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자 자국 통화 가치 상승 억제를 목표로 취해왔던 정책을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스위스도 다시 대책을 모색해야 처지가 되고 있다. 영국, 스웨덴, 핀란드 등 비유로권 국가들이 잇달아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면서 스위스로 투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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