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우리나라의 음주단속 기준을 현행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줄이고 처벌을 강화할 경우 연간 음주운전 사망자수가 420명 이상 감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발생한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 등 급증하고 있는 음주운전 사고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인 교통안전 대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방안' 공청회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의 경우 2002년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시키는 등 음주교통사고예방대책을 강화한 후 음주 사망사고 건수가 2000년 1276건에서 2010년 287건으로 10년만에 4분의 1로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음주운전 단속기준 하향방안을 시행해 현재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4.3%에 이르는 음주사망사고 비율을 일본 수준인 전체의 6%로 낮춰야 한다"며 "연간 음주운전 사망자수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9% 수준인 420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회교통안전포럼과 한국교통연구원이 공동 개최했다.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년 9월7일 국회에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개정안에는 음주단속 기준을 현행 0.05%에서 0.03%로 낮추고 동승자도 동일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동차 등의 승차자가 술에 취한 상태의 운전자가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것을 알고도 이를 말리지 않거나 그러한 운전자에게 자동차 등을 운전하도록 할 경우 운전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설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저유가로 인한 자동차 주행거리 증가 영향으로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최대 52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는 '위기의 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ㆍ지자체ㆍ국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교통안전 대책을 추진해야 하며 도로교통법 개정안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경찰청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000년 1만236명에서 2013년 5092명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음주사고 사망자 수는 2000년 1217명에서 2013년 727명으로 감소율이 미흡하다. 특히 음주운전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처럼 운전자의 뺑소니 사고를 유발함으로서 인간성의 황폐화를 초래하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음주사고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1.9%였지만 2013년 14.3%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설 선임연구위원은 "식사 시 반주 습관 및 음주 빈도의 증가로 향후 음주사고 사망자 비율이 더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일본은 2001년 12월 형법개정을 통해 음주사고 운전자에게 과거의 '과실치사상죄'에서 '위험운전 치사상죄'를 새로 도입해 적용했다. 2002년 6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하향했다. 특히 음주운전자 본인 외에 음주운전차량 동승자, 음주운전을 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람도 처벌한다. 2007년 7월 교통대책본부의 음주운전 엄벌화 추진에 따라 음주운전자에 대한 벌금을 50만엔에서 100만엔(약 1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처럼 음주단속기준 하향 및 처벌 강화를 통해 음주 사망사고 건수가 2000년 1276건에서 2010년 287건으로 10년만에 4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처럼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할 경우 음주측정기 오차 논란 해소와 뺑소니 사고 증가 방지방안 마련, 음주운전 관련자 간 다툼 최소화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그는 "음주단속 기준을 0.03%로 낮추는 경우 낮은 농도에서 음주 측정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기의 정밀도 향상이 필요하다"며 "음주사고는 '교특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돼 처벌받지 않으려고 뺑소니 사고가 증가할 우려가 있으므로 0.03~0.05%에 대해서는 인신구속 면제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사고 발생 시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 음주운전차량에 동승한 사람, 음주운전자에게 운전을 하도록 권유한 사람, 술을 권유한 사람 사이에 다툼이 증가하고 사고조사 경찰관이 정확하게 위반여부를 증명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므로 이에 대한 명확한 사전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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