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포함 여부 의사도 잘 몰라…도핑테스트 걸리면 선수생명 끝날 수도 있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국 간판 수영선수 박태환은 6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박태환이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주사를 맞았다고 발표했다. 적어도 박태환이 약물의 힘을 빌려 좋은 성적을 내려 했다는 ‘의혹의 시선’은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박태환은 T의원에서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네비도(Nebido)'라는 주사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네비도에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하는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돼 있다. 박태환이 문제 약물을 알면서도 주사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진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던 인물이다. 박태환이 이뤄낸 업적의 의미 중 상당부분이 훼손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고의’가 없었다는 점은 정상참작의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박태환에게 진짜 시련은 이제 시작이다.
박태환은 오는 27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태환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금지약물을 투약한 혐의가 인정된 관계로 징계를 면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박태환의 징계가 확정되면 내년 8월에 있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다. 선수 인생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날릴 수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인 전망은 비관적이다. 6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는 최악만 면했을 뿐이다. 박태환 본인은 물론 매니저를 통해서 금지약물 처방이 내려지지 않도록 조심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태환은 조심 또 조심해가며 의사의 처방을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병원 측은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사고’를 대비하는데 철저하지 못했다. 담당 의사는 박태환이 네비도 주사를 맞기에 앞서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지를 물었지만, “체내에 있는 성분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네비도의 주사 약병에는 약물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결국 주사 약병만 확인했어도 지금과 같은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박태환 주사’를 처방한 의사 개인만의 특이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판단을 위해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네비도에 금지약물이 들어있다는 것을 아는 의사들은 많지 않았다. 검찰은 ‘박태환 주사’를 처방한 의사에게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적용했는데, 대법원은 ‘과실유무’ 판단은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가 표준이라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일반적인 의사들도 금지약물 포함 여부를 잘 몰랐다는 의미는 ‘박태환 주사’ 처방 의사의 면책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의사의 형법상 처벌 여부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번 사태로 드러난 현실이다. 의사들이 선수들에게 주사액 등 약물을 처방하는 과정에서 ‘금지약물’ 포함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수많은 운동선수가 자신도 모른 채 금지약물 복용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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