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능가하는 실화…실화를 변주한 영화

'와일드', '빅 아이즈', '폭스캐처' 등 잇따라 개봉

영화 '폭스캐처' 중에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스크린에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 여성의 극한 여정을 다룬 '와일드', 미국 화단의 거장 마가렛 퀸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빅 아이즈', 그리고 미국 전역을 뒤흔든 존 듀폰 사건을 담은 '폭스캐처'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관객들을 만난다.리즈 위더스푼의 놀라운 변신 '와일드'영화 '와일드'는 2012년 출간된 셰릴 스트레이드의 동명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20대가 된 셰릴은 의지하고 있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생의 동력을 상실한다. 마약과 외도로 방탕한 생활을 하던 중, 셰릴은 문득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하던 예전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PCT트래킹을 결심한다. PCT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국경을 잇는 4285km의 트래킹 코스로, 건장한 남자들도 완주하기 힘든 죽음의 코스로 악명높다. 영화는 셰릴의 이 고단한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로 좇는다. 거친 등산로, 눈 덮인 고산 지대, 광활한 평원과 화산지대 등을 거치면서 몇 번이고 포기할까 망설이던 셰릴이 94일 만에 완주했을 때의 감동이 남다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다른 여행 영화보다 생생하다 못해 사실적이다. 리즈 위더스푼이 주인공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으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장 마크 발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상영중.

영화 '와일드'

팀 버튼의 색다른 변신 '빅 아이즈''빅 아이즈'는 지금까지의 팀 버튼 영화와는 다소 다른 지점에 있는 영화다. 기괴하고 독창적인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그의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조니 뎁과 헬레나 본헴 카터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대중예술의 허상과 창작의 본질 등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적나라하게 건드리는 이 영화의 화법은 팀 버튼만이 보여줄 수 있다. 영화는 감독 자신이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그림 '빅 아이즈'를 둘러싼 논란을 다룬다. 실제로 '유령신부', '크리스마스의 악몽' 등 팀 버튼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림 '빅 아이즈'처럼 유난히 크고 둥근 눈을 가졌다.'빅 아이즈'는 1950~60년대 미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한 그림들을 일컫는다. 크고 동그란 슬픈 눈을 가진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 그림을 두고 앤디 워홀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기에 훌륭함이 틀림없다"고 평했다. '빅 아이즈'의 작가로 알려진 윌터 킨은 뛰어난 사업수단과 마케팅 능력을 발휘해 이 작품을 상업적인 대중미술로 탈바꿈시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훗날 자신의 아내인 마가렛 킨이 그림의 원작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영화는 마가렛 킨이 숨어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사연과 '빅 아이즈'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과정 등을 상세하게 담는다. 에이미 아담스와 크리스토퍼 왈츠가 주연을 맡았다. 상영중.

영화 '빅 아이즈' 중에서

스티브 카렐의 소름돋는 변신 '폭스캐처'미국 최대 화학 재벌 '듀폰'가의 상속인인 존 듀폰은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레슬링 영웅으로 불렸던 데이브 슐츠를 1966년 펜실베니아에서 살해한다. 당시 억만장자의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존 듀폰' 사건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는데, 영화 '폭스캐처'는 이 의문의 사건을 전면에 다룬다. 특히 조류학자, 우표 수집가, 올림픽 5종 경기 출전자격을 지닌 선수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던 존 듀폰이란 인물이 가진 열등감과 피해의식, 강박적이고 우울한 성격 등을 집중적으로 묘사한다. '카포티'와 '머니볼' 등 실제 사건을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베넷 밀러 감독이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다.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2010년, 존 듀폰이 감옥에서 자연사로 세상을 떠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그동안 코미디 연기를 주로 보여줬던 스티브 카렐이 기이한 성격의 '존 듀폰' 역을 맡아 완벽하게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실제 레슬링 선수 출신인 마크 러팔로가 데이브 슐츠 역할을, 채닝 테이텀이 그의 동생 마크 슐츠 역할을 맡았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분장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5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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