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정보기술(IT)ㆍ금융 융합 지원방안'이 과연 지지부진한 국내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의 발달을 크게 촉진할 수 있을까. 핀테크에 대한 규제 패러다임 전환의 원칙을 4가지로 정립한 점은 돋보인다. 사전 보안성 심의제 폐지 등 '사전규제 최소화', 공인인증서와 같은 특정 기술 사용의무 폐지 등 '기술중립성 원칙 구현', 금융사고에 대한 비금융회사의 법률적 책임 인정 등 '책임부담 명확화', 신규 사업에 대한 제재 여부를 금융당국이 미리 밝혀두는 비조치의견서 제도 도입 등 '규제의 예측가능성 제고'가 그것이다. 금융당국이 이 원칙들을 정책과 제도, 행정으로 구체화하고 철저히 지킨다면 그 자체가 핀테크 산업의 자율적 발달에 자극이 될 것 같다.그러나 금융위는 핀테크 산업 발달에 큰 장애인 은산(銀産)분리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이 문제는 인터넷 전문 은행을 핀테크 산업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도입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은산분리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온라인 거래만으로 지급결제와 예금ㆍ대출까지 취급하는 인터넷 전문 은행의 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제력 집중 방지 등 은산분리의 취지와 그 기본 틀은 살리면서도 IT 쪽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 길을 터주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전개돼 왔다. 금융당국이 구체안을 내놓을 시점이 됐음에도 그러지 못한 것이다.우리나라는 IT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다고 자부하면서도 인터넷 은행을 포함한 핀테크 산업에서는 뒤처졌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선진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의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도 몇 년씩 뒤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핀테크 산업이 발달한다고 해서 당장 금융산업 전반에 큰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길게 보면 IT와 금융의 융합은 금융 분야에 새로운 인프라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파생시킬 것이다.금융위는 핀테크 관련 법제 개편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서둘러야 세계 금융의 대세적 변화를 따라갈 수 있다. 금융권보다는 IT 기업들이 아무래도 핀테크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IT 기업들 스스로도 좀 더 분발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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