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
20일 택배업계는 농협의 택배진출을 결사 반대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면 택배기사들의 삶의 질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박재억 통합물류협회 회장은 20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농협이라는 공공기관이 택배업에 진출하면 과열 경쟁으로 택배 단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택배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택배업계 업체들은 배송비도 올리려고 시도하며 택배기사들에게 복지 혜택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농협의 진출로 인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2000년 우체국 택배 출범 후 민간 택배업계에 닥쳤던 중견기업 고사 상황과 유사하다. 지난 2000년 우체국 택배가 출범하면서 민간과 과당 경쟁에 들어가면서 택배 단가는 2000년대 초반 4700원에서 지난해 2400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민간 중견 택배사들이 줄도산으로 이어졌으며 택배기사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또한 이날 자리에는 민간 택배업체들도 자리했다. 신기호 대신정기화물자동차 부사장은 "농협의 택배업 진출 자체가 농협내 일부 조합장들이 택배업체와의 마찰에 따라 택배업 진출에 나설 것을 건의하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전체 농민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물류업계 정설"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말 택배 등 농민들을 위해 택배업에 진출한다는 농협 측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내용이다. 농협 측은 우체국 택배가 토요일 배송을 중단해 택배업 진출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협회 추산 결과 우체국 택배의 토요일 배송 물량은 전체 물량 중 0.006%에 불과하다. 이재복 현대로지스틱스 대표도 "민간에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에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어가면서 공공이 뛰어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궁극적으로 세금으로 적자를 메꿔가는 공공 영역의 사업체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한 전국 우편망을 택배망으로 전환해 활용하고 있지만 흑자 전환은 어려운 상태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업계의 과당 경쟁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수차례 농협과 접촉하려 했지만 농협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농협이 택배업계와의 대화마저 단절한 상황에서 택배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