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쇼크 대한항공 직원의 '성탄편지'

딸아 보고싶었어눈뜬 너를 못봐 미안하구나[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땅콩 리턴'으로 대한항공이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 한 직원이 딸에게 쓴 크리스마스 편지가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아빠딸, 아빠 보고 싶었어!"로 시작하는 편지는 지난 24일 딸의 생일이자, 크리스마스 이브 임에도 이른 귀가를 장담할 수 없는 아빠의 심경이 묻어 있다.그의 편지는 지난 23일 늦은 밤 잠든 딸의 얼굴을 바라보며 느꼈던 소회로 시작한다. "어제도 12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오니 온 집안이 조용하더구나. 아빠가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쌔근쌔근 잠든 네 얼굴을 한참 서서 들여다봤어. 몇 시간 후면 또다시 잠든 너를 뒤로 하고 사무실로 향하겠지."늦은 귀가 후 직장인 아빠들이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소회는 사과로 이어진다. 그는 "며칠 전 '아빠네 비행기회사가 TV에 많이 나온다'며 '왜 이렇게 집에 늦게 오냐'는 네 말에 업무 중이라 제대로 대답도 못해주고 급하게 전화를 끊어야 해서 많이 미안했다"고 사과했다.여기에 "너는 아직 어려서 잘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우리 딸이 아빠 회사라며 박수 치며 좋아해주는 비행기회사를 지키러 힘을 내서 매일 출동하고 있단다"고 이해를 구했다.딸 아이가 회사 동료들과 먹으라며 건넨 막대 사탕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며칠 전 우리 딸이 아빠 많이 힘드니까 회사 친구들이랑 꼭 나눠 먹으라고 막대사탕 한 봉지 선물해 준 것 기억나지? 막대사탕 하나씩 입에 물고 일에 몰두하던 아빠 회사친구들 모습을 사진으로 못 찍어 놓은 게 아쉽구나. 우리 딸 보여줬으면 또 꺄르르 웃어 줬을 텐데…"라고 적었다.특히 그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음에도 함께 캐럴도 듣지 못하고 선물도 물어보지 못했던 미안함도 풀어냈다.그는 "크리스마스 이브여서 더 미안한 마음이야. 생각해보니 올해는 함께 크리스마스 캐럴 한번 못 들었고, 선물로 뭐 가지고 싶은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 했네"라며 "내일 크리스마스 날은 우리가족 손잡고 교회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야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남겼다.그래도 그는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아빠가 힘을 내야 우리 딸이 그렇게도 볼 때마다 웃으면서 좋아해 주는 아빠네 비행기 회사를 지킬 수 있거든"이라고 덧붙였다.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땅콩 리턴 사건 이후 국민들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이 업무 과중보다 더 힘들다"며 "하지만 국민의 편안하고 안전한 하늘 길 마련을 위해 전 임직원들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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