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화 위기가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어제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10.5%에서 17.0%로 무려 6.5%포인트를 기습 인상했다. 올 들어 다섯 번째 인상이다. 그러나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루블화 환율은 장중 한때 25%나 폭락해 80루블까지 올라갔다가 가까스로 70루블 선까지 내렸다. 장 후반에 폭락세가 주춤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자본통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루블화 위기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루블화 위기는 복잡한 국제 정치ㆍ경제적 역학관계를 배경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에너지 자립 정책에 의한 셰일석유 개발이 미국 셰일업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석유 공급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한 것이 발단이다. 이로 인한 국제유가 급락이 석유자원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대응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도 큰 부담이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미국이 OPEC 내 최대 산유국이자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손발을 맞추어 저유가 장기화를 유도해 러시아를 궁지로 몰아붙이는 중이라는 음모론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 석유시장에서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루블화 위기가 국제경제에 일으킬 파문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당장 받게 될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투기세력의 준동으로 루블화 위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신흥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까지 간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인도네시아ㆍ브라질ㆍ터키 등이 가장 약한 고리다. 이 경우 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제 위축으로 인해 우리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와 금융ㆍ통화 당국은 루블화 위기의 파급 영향 모니터링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 등 방어장치를 재점검하라. 상황이 급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둘 필요도 있겠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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