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증시 뛰고 있지만 환율 변동성 커지며 이익 급감…中·日 '부양 경쟁'도 부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아시아에서 해외자금의 대규모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손실이 예상되는 미국계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발을 뺄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주식시장에 투자한 미국계 뮤추얼펀드가 올해 들어 지금까지 낸 수익률은 3.2%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기간 아시아에 투자한 유럽계 뮤추얼펀드의 투자 수익률 11.2%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올해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요국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아시아로 해외 투자금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달러 강세 행진으로 인한 환차손이 미국계 펀드 수익을 상당부분 까먹고 있다. 아시아 증시에서 유럽 펀드가 미국 펀드보다 좋은 수익을 낸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011년에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대되면서 유로 가치가 달러 대비 3% 넘게 하락한 시기다. 유로는 올해 달러 대비 10% 이상 떨어지면서 2년래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해외 투자시 환율은 수익률을 좌지우지하는 큰 변수다. 달러 값이 뒤면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국 통화로 실현하는 이익도 급감한다. 현재 달러는 아시아 주요 통화 대비 5년래 최고치로 올라섰다. 그 결과 미국 투자자들의 아시아 투자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물론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등을 예상하며 적극적으로 환헤지를 해 온 기관 투자자들도 있다. 예컨데 엔·달러 선물환 계약을 통해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위즈덤트리 재팬 헤지 에퀴티' 펀드의 경우 주요 환헤지 상장지수펀드(ETF) 중 올해 가장 많은 투자금이 유입됐다. 영국 베어링 자산운용의 시안 창 아시아 채권 투자 대표는 "달러가 뛸 것을 예상하고 올해 들어 아시아 주요 통화에 대한 환헤지 규모를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WSJ은 그러나 이같은 헤지는 개인 투자자들에겐 먼 얘기라고 전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의 아서 궝 아시아·태평양 주식 대표는 "환헤지를 위해서는 그만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덩치 큰 상품들(big guys)만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WSJ는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 자금이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기회복, 금리인상 등에 따라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미국계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일본과 중국이 잇단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다. 아시아 공룡들의 '경제 띄우기'에 위협을 느낀 주변국들이 경쟁적으로 통화 절하에 나설 경우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대형 미국 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 될 수 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즈의 스튜어트 윈체스터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시아의 환율 변동성 자체도 중요하지만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주요국들이 인근궁핍화 전략(beggar-thy-neighbor)의 일환으로 경쟁적으로 환시장에 개입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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