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차예련을 처음 본 건 영화 '여고괴담'을 통해서였다. 서늘하고 차가운 이목구비와 종잇장처럼 가녀린 몸매가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공포 영화에 얼굴을 종종 비췄던 건, 아마도 그만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내는 여배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독특한 매력으로 대중들에 다가온 차예련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면서 점차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게 된다. 하지만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 같은 인상을 줬고, 남다른 패션감각으로 '패셔니스타'에 등극하기도 했다.그러나 실제로 만난 차예련은 사뭇 달랐다. 도도하고 내성적일 것만 같던 그는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솔직하고 소탈했다. 먼저 다가와서 인사하는 친근함도 있고, 빙빙 돌리기보단 직접적으로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이 인간적이었다.일부러 공포영화 출연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힌 차예련은 "이미지가 너무 굳혀져서 안하는 것도 있다. 내가 특이한 얼굴을 가졌다. 귀신 같아 보여서 그런지 일년에 몇 작품씩 들어오더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웬만하면 밝고 편안한, 실제 성격이 보여지는 거로 하고 싶었는데 어찌 하다 보니까 도시적 이미지로 또 굳혀지더라. 명랑한 역할을 해도 흥행이 되어야 관객들이 많이 보는건데, 그런 작품들은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실제로 지난 2012년 조현재와 함께 출연한 '여배우는 너무해'에서 그는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시청률 쪽박요정' '발연기의 여신'까지 다양한 수식어를 보유한, 콧대만 높은 톱 여배우 나비를 연기하며 매우 즐거웠다고 털어놨다."망가지고 웃긴 걸 좋아해요. 장난도 많이 치는 성격이고요. 저로서는 많이 풀어지고 망가진건데 너무 편했죠.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어색하다고도 하는데, 상대적인 거 같아요. 자기들이 보기가 부끄럽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하하."잘 먹고 잘 웃고, 한마디로 건강한 마인드를 지닌 차예련은 평소 성격도 꽤나 긍정적인 편이다. '황금무지개'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이하 내그녀)를 통해 안방극장에서 활약한 그는 시청률 면에서도 단맛과 쓴맛을 모두 봤다."사람들이 많이 보고 반응을 보여주면 더 신나서 하는 부분이 있죠.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심적으로도 힘들긴 해요. 흥행 욕심이 없을 순 없겠지만 내려놔야 하는 부분은 생겨요. 그거에 치중하면 너무 심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좀 못한다고 질책하면 고쳐나가면 되니까요."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만큼, 심경 변화도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책임감이 많이 생겨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고백했다."현장에서 제게 기대는 사람, 의지하는 사람이 생기는 걸 보게 되면 기분이 묘해요. '내그녀' 때도 어린 친구들과는 열살, 일곱살 차이가 났죠. 제 할일도 바쁜데 그 아이들도 챙겨야 하니 이제 정말 어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현장에서 응석을 부렸다면, 이제는 응석받이를 해야 하니까 책임감을 더 갖게 되고요. 이십대니까 용서되는 것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통하지 않잖아요.(웃음)"차예련은 곧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9년 드라마 '스타의 연인'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유지태와 다시 한 번 상대역으로 나선다. 두 사람은 절망 속에 빠진 부부역할을 맡아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준다.오페라라는 조금 낯선 장르에 해외 로케이션, 5년 간 준비하고 5년 동안 촬영한 작품이라 배우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개봉이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차예련에게 '흥행의 기적' 또한 일어나기를 바래본다.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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