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최고·최대 기술의 집약처' 두산 창원공장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전경. 445만㎡로 여의도 면적 1.6배 정도의 크기(약 138만평)에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DST, 두산건설 등 6개의 본사와 공장이 자리를 잡은 이곳은 두산의 첨단 기술력이 모두 결집된 핵심기지다.

[창원(경남)=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12.5m 높이에 4200t 무게의 프레스가 1000℃ 이상으로 새빨갛게 달궈진 거대한 쇳덩어리(잉곳)를 찍어 누른다. 그때마다 쇳덩어리 표면의 일부가 과자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나가고 쇳덩어리는 서서히 형태가 갖춰져 간다. 단단한 고무찰흙처럼 느껴질 정도다.지난 21일 방문한 두산중공업의 '핵심기지' 창원공장에서의 한 모습이다.445만㎡로 여의도 면적 1.6배 정도의 크기(약 138만평)에 두산중공업,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DST, 두산건설 등 6개의 본사와 공장이 자리를 잡은 이곳은 두산의 첨단 기술력이 모두 결집된 핵심기지다. 이곳에서는 철을 녹이고 깎아 만든 30층 아파트 크기의 거대한 발전용 설비 가스터빈부터 바늘보다 작은 크기의 정밀부품까지 가리지 않고 생산한다. 각종 소재부터 발전플랜트와 발전설비, 해수담수화플랜트, 수처리설비, 풍력발전과 연료전지 같은 그린에너지 사업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창원 단조공장에서 1만3000t 프레스기가 작업을 하고 있다. 1만3000t 프레스는 65kg의 성인 남성 20만명이 누르는 힘을 내는 능력을 가진 설비로 전 세계에도 5대 정도밖에 없다.

◆30층 높이 가스터빈 만든 '현대식 대장간'…2016년 세계 최대 규모 프레스 도입 단조(프레스를 이용해 가열된 쇳덩어리를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금속 가공기술)공장에서는 거대한 프레스기가 '쉬이익~쿵'하는 굉음과 함께 쉴 새 없이 쇳덩어리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한 마디로 '현대식 대장간'인 단조공장에는 1만3000t, 4200t, 1600t 등 총 3대의 프레스가 설치돼 있다. 선박용 엔진에 들어가는 대형 엔진부터 원자력 설비 부품까지 각종 산업의 첫 단추를 끼우는 기초 소재들을 직접 생산한다. 특히 1만3000t 짜리 프레스는 전 세계에 5개 정도 밖에 없는 장비다.공장 관계자는 "1만3000t 프레스는 65kg의 성인 남성 20만명이 누르는 힘을 내는 능력을 가진 설비"라며 "가공을 쉽게 하기 위해 작업 전 가열로에서 1000도에서 1200도까지 쇳덩이를 가열한다"고 말했다.특히 이곳에서는 내후년께 세계 최대 규모인 1만7000t 프레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통해 세계 정상급 설비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큼 뛰어오른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창원 터빈공장에서 직원들이 정밀한 작업으로 제작된 터빈을 검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안전성 자랑한다" 100% 자체 기술 보유한 국내 유일 원자력 공장 지름 6m, 길이 20m짜리 원자로 십여 개가 줄지어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아니 공중에서 돌고 있다. 최대 중량 800t에 이르는 원자로들을 용접하는 모습이다.국내 유일의 원자력공장인 이곳에서는 국내 신한울 2호기에 들어갈 원자로 및 원자로 가공설비 생산이 한창이었다.곳곳에서 생산 중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에도 저마다 붙은 이름표에는 '신한울', '신울진', 'UAE(아랍에미리트)' 등 '행선지'가 적혀 있었다. UAE는 2010년 두산중공업이 따낸 UAE 브라카 원전에 공급할 4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 물량이다.특히 이날 정부는 경북 울진군에 신한울 원전 1~4호기를 짓는 조건으로 울진군이 요구해온 8개 지역 종합사업에 28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15년 만에 신한울 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면서 현장 두산 직원들도 신한울 원전 3~4호기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신한울 1~2호기 원자로 설비 계약을 맺고, 지난 4월엔 신한울 원전 1호기 원자로를 출하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23기 모두 두산중공업이 제작·공급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자력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상 타결로 신한울 3, 4호기에 대한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두산중공업은 원자력 설비를 직접 설계해 생산, 시공, 시운전 및 서비스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업체"라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 창원 단조공장에서 직원들이 동력을 전달하는 축인 샤프트 작업을 하고 있다.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정밀함의 '모든 것' 두산인프라코어두산인프라코어가 만드는 공작기계는 일명 '마더머신(Mother Machine)'이라고 불린다. 자동차·조선·건설·항공 등 모든 업종에서 필요한 부품 소재기기를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공작기계의 핵심은 바로 정밀성이다.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 창원공장은 늘 같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들이 작업하는 '정밀가공실'은 통유리로 둘러져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공작기계는 매우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공 정밀도가 중요하다"며 "온도 변화로 장비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냉난방 시스템을 가동해 늘 19~21℃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공장 한 켠에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생산된 공작기계의 정밀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전시관에는 성인 남자 머리카락 두께에 해당하는 0.1㎜ 굵기의 금속 칫솔모부터 한자 성어와 붓으로 그린 듯한 초상화가 새겨진 금속판까지 다양했다. 특히 칫솔의 경우 한 올 한 올 정확하게 재현돼 있는 칫솔모는 몸체에 이어 붙인 것이 아니라 철 그대로를 공작기계로 깎아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는 올해 세계 3대 산업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술력뿐만 아니라 디자인 완성도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조만간 한층 더 진화한 공작기계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