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많은 부동산 중개수수료, 얼마가 적당할까?

중개보수 요율 개편안,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도움 안돼상한선 이내에서 협의 가능 … 중개업소-소비자 갈등소지 여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낸 공인중개사 K씨는 최근 6억4000만원 짜리 아파트 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에 K씨는 중개수수료 요율에 따라 새 집을 구한 매수자에게 중개보수를 최고 0.9%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0.5%에 해당하는 320만원만 받았다. 수수료 상한선을 기준으로 44%를 할인해 준 셈이다. 더욱이 요즘에는 거의 대부분이 공동물건이다 보니 매도자 측 중개보수는 다른 중개업소에서 가져간다. K씨는 "현행 기준대로 수수료를 받는 곳은 단 한번도 못봤다"며 "정부 개편안에서는 6억원 이상 매매물건에 대해 0.5% 이하로 돼 있으니 물가도 오르고 임대료도 다 오르는데 우리만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하소연했다.정부가 15년만에 새로운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일선 공인중개사들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우선 공인중개사들은 "정부가 중개보수 요율 인하라는 보여주기식 정책을 내놓고 공인중개업소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거세게 항의하며 집단행동까지 나섰다.국토교통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편안은 부동산 매매 거래 때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구간과 전·월세 거래 때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구간을 신설하고 보수요율을 종전보다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는 6억∼9억원 주택 매매는 0.5% 이하, 3억∼6억원의 전·월세 임차는 0.4% 이하의 요율을 적용하도록 했다.이에 따라 기존에는 6억원 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중개수수료로 최고 54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00만원이 상한선이다.서울 도화동의 O공인 대표는 "9~10월 잠깐 급매물이 소화됐을 뿐 최근 들어 확연히 거래가 줄고 있는데 수수료까지 떨어뜨리면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중개업소들의 고통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아마 개편안대로 시행하면 곳곳에서 문닫는 업소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번 개편안이 정작 그동안 가장 큰 문제로 지목돼 온 매매-임대차 중개보수 역전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용산구의 P공인 대표는 "새로운 개편안을 따르더라도 매매 6억원인 주택의 중개보수는 최고 300만원, 임대차 6억원인 주택의 중개보수는 최고 480만원으로 여전히 역전 현상이 계속된다"면서 "일부 구간만 조정할 게 아니라 아예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초동의 H공인 사장은 "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분명한 것은 제아무리 중개수수료가 인하돼도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중개업소와 소비자간 중개수수료 '밀당(밀고 당기기)'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아현동의 M공인 관계자는 "요즘 손님들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중개보수를 깎는 게 관례화돼 있어 물건을 보기도 전에 수수료부터 흥정하려 한다"며 "차라리 정부에서 수수료를 0.5%라고 딱 못 박았다면 모를까 0.5% 이하에서 협의하라 하면 분명히 그보다 낮은 0.3~0.4%만 주겠다는 손님들이 태반일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소비자들은 3억~6억원 전세, 6억~9억원 매매중개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최근 3억5000만원 짜리 전세를 구한 K씨(상암동)는 "전세가 워낙 귀한 동네라 한번 방문하자마자 바로 계약했는데 중개업소에서 집주인에게는 수수료를 최소한으로만 받은 반면 나에게는 0.8%(280만원)를 다 요구해와 억울했다"며 "개편안이 실행되면 그 절반으로 줄어든다니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광화문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L씨(내수동) 역시 "이번 개편안이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를 크게 낮춰주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중개수수료가 전세 위주로만 돼 있는데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에 대해서는 좀 더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서울YMCA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현행 중개수수료 요율 체계는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며 "더 이상 불합리한 갈등과 시민들의 부담이 이어지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서 중개수수료 개선안 시행을 위한 조례를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