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퀄컴, 中 당국 몽니에 이익 깨질라

중국 당국 로열티 깎아라, 기술 내놓으라 으름장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중국 당국이 미국 모바일 반도체 회사 퀄컴에 대한 반독점법 조사를 장기화하는 바람에 퀄컴이 내년 실적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퀄컴의 데렉 애벌리 사장은 중국에서 몇몇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매출을 덜 보고했고 다른 업체는 라이선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애벌리 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하고 가진 애널리스트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조사의 불확실성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한도를 넘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퀄컴이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부당하게 받았는지 조사받는 상황을 틈타 로열티를 깎으려고 한다는 말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씨넷 등은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에서 퀄컴의 로열티 수입이 감소해 내년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고 내다봤다. 중국에서는 4세대(4G) 이동통신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첨단 스마트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로열티는 퀄컴 실적에 크게 기여한다. 퀄컴 매출의 3분의 1, 순이익의 3분의 2가 로열티에서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업체에 양보하면 로열티 인하가 다른 나라 제조업체에도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낮아진 로열티가 중국 이외의 제조업체에도 적용되면 퀄컴이 입는 타격은 더 커진다.
◆중국 장기 조사 꿍꿍이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RDC)는 지난해 11월부터 퀄컴이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NRDC는 퀄컴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서 받을 로열티를 부풀렸는지, 기한이 만료된 특허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받았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벌리 사장은 “우리는 NRDC와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NRDC 측과 만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도를 놓고 생각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기대와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업데이트할 능력이 없다”고 말해 중국 당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함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는 중국 당국이 퀄컴에 기술사용 승인료(라이선싱 피)를 줄이거나 다른 기술 공유 합의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중국은 반독점법을 어긴 기업에 전년도 자국 내 매출액의 10%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NRDC가 지난해 퀄컴 중국 매출의 10%를 매기면 벌금은 12억3000만달러가 된다. 미국 언론들은 중국 당국이 10억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은 지난 9월 마감한 4분기에 매출 66억9000만달러에 순이익 18억9000만달러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했고 순이익은 26% 급증했다. 퀄컴의 분기 실적은 월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로열티 갈등과 이로 인한 4G 로열티 계약 지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 퀄컴 때리고 기술 얻는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세계 시장의 58%를 퀄컴이 차지했다고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집계했다. 퀄컴에 이어 애플이 14%, 대만의 미디어텍이 1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시장이 연간 500억달러에 이르는 AP시장에 자국 업체를 진입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힘을 쏟고 있다. 퀄컴 때리기는 이 분야에서 퀄컴을 견제하고 기술을 획득하려는 수순이라고 미국 측은 보고 있다. 퀄컴이 반독점 행위 조사를 받는 중인 지난 7월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업체(파운드리) SMIC에 AP 물량을 주기로 한 것은 그런 압력에 순응한 결과로 해석됐다. SMIC가 AP를 생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국유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AP 업체인 스프레드트럼을 인수했다. 이어 지난 9월 인텔에 지분 20%를 15억달러에 매각하며 인텔을 끌어들였다. PC 시대 강자였던 인텔은 모바일시대로 넘어오면서 퀄컴에 놓친 AP시장을 공략하려던 참이었다. 퀄컴을 때리는 중국과 퀄컴 시장을 빼앗으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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