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변신, 국가대표 선발전 1000m서 2위
박승희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어쩌면 좋죠? 많은 분들이 기대하실 텐데..."박승희(22·화성시청)는 실감이 나지 않는 듯 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겠다고 선언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첫 결실을 이룬 쇼트트랙의 여왕의 표정에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박승희는 3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9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1,000m에서 1분21초16으로 2위에 올랐다. 이 종목 국내 최강자인 이상화(25·서울시청·1분19초18)의 뒤를 이은 그는 2014-2015시즌 국제대회에 나설 국가대표로 뽑혔다.여자 단거리(500·1,000m) 국가대표는 이 대회 500m와 1,000m 상위 두 명씩 총 네 명을 선발한다. 박승희는 전날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80초68로 6위에 그쳤으나 1,000m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태극마크를 획득했다. 그의 200m 구간 기록은 19초01. 출전 선수 열세 명 가운데 6위였다. 그러나 뒷심을 발휘하며 경쟁자들보다 빠른 기록으로 경기를 마쳤다. 박승희는 쇼트트랙에서 종목 전향을 결심한 8월 이후 1000m를 겨우 네 차례 완주했다. 그는 지난달 6일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 조상현 코치(26)가 이끄는 사설빙상팀과 함께 한 달 동안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얼음판이 매끄러운 이곳에서 1분17초80으로 가장 빠른 기록도 작성했다고 한다. 훈련의 초점은 레이스의 안정감을 높이는데 맞추고 있다. 그는 "혼자 경기를 풀기가 아직은 어색하다. 여유도 부족해 중심을 이동할 때 스케이트에 확실하게 힘을 싣지 못한다"고 했다.박승희의 장점은 코너워크다. 곡선을 돌아 나오는 초반 200m에서 최대한 속도를 높인 뒤 직선 구간에서 그 스피드와 추진력을 자연스럽게 이어 나가는 동작이 승패의 관건이다. 제갈성렬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44)는 "스타트와 직선 구간은 다소 부족하지만 순발력과 체력은 이미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너와 직선을 들어가고 나오는 연결동작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국제대회를 통해 감각을 익혀야 한다다"고 조언했다. 이상화도 "(박승희의) 코너를 도는 기술은 정말 좋다. 오히려 내가 배워야할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장에 들어선 박승희에게 입고 있던 대표팀 유니폼 상의를 벗어주며 후배 챙기기도 잊지 않았다. 박승희는 "(이)상화 언니를 보면 그저 멋있다는 생각 뿐이다. 내가 더 배울 부분이 많다. 앞으로 귀찮을 정도로 질문할 것"이라고 했다.박승희와 이상화를 비롯해 500m에서 선발된 장미(18·한국체대), 이보라(28·동두천시청) 등 여자 단거리 대표 선수들은 다음달 14~16일 일본 오비히로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대회를 통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일주일 뒤(21~23일)에는 태릉에서 2차 대회가 열린다. 박승희는 국내 팬들 앞에서 국가대표로 첫 선을 보인다는 생각에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조금씩 기록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대한민국 대표선수라는 이름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각오를 되새겼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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