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 포스터 / 사진은 스튜디오후크 제공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영화 '봄'을 통해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이유영이 당차게 발걸음을 뗐다. 파격적인 전라 노출로 화제가 됐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신인답지 않은 깊이 있는 내면 연기였다.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는 영화 '봄'(감독 조근현)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공개된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휘몰아치는 스토리와 영상미의 조화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6년'을 통해 짜임새 있는 연출력을 선보인 조근현 감독은 오랜 미술 감독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봄'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한적한 시골의 정취와 고풍스런 집은 물론 작은 소품에서도 감독의 고민이 묻어났다. 작품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다.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최고의 조각가 준구(박용우 분), 끝까지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던 그의 아내 정숙(김서형 분), 가난과 폭력 아래 삶의 희망을 놓았다가 누드모델 제의를 받는 민경(이유영 분), 이 세 사람에게 찾아온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심금을 울렸는데, 박용우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무기력하게 살아가다가 삶의 끝자락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깨닫는 준구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김서형은 그를 한없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아내로 분해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면모를 한껏 드러냈다.특히 신인 여배우 이유영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 그는 두 아이를 가진 엄마이자,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가엾는 아내 민경 역을 맡았다. 긴 팔다리와 가녀린 몸매로 누드모델 제안을 받고 조각가 준구의 모델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전라를 노출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러나 슬픔을 억누르고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는 민경의 내면을 완벽하게 그려내면서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이유영은 남궁선 감독의 단편영화 '남자들'(12), 오태헌 감독의 단편영화 '꽃은 시드는 게 아니라..'(12)를 통해 영화계에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는 '봄' 시나리오를 접한 뒤 조근현 감독을 불쑥 찾아갈 만큼 당찬 여배우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과감하게 도전할 사람이 없을 거 같아서 오디션을 보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나는 누군지도 모르고 '저 친구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했다"며 한 눈에 그를 주인공으로 택했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이에 이유영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눈이 멀었던 거 같다"며 "노출이라는 걸 생각을 못했고, 너무 아름답게 보여져서 어떤 식의 노출이어도 아름답게 보일 거 같다고 생각했다"며 역할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고백했다.이유영의 용감한 도전과 탁월한 연기력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 뿐만 아니라 '봄'은 지난 1월 산타바바라 국제 영화제를 시작으로 아리조나, 달라스, 마드리드, 광주, 도쿄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에 성공하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함이 솟아오르고 가슴을 저미는 감동이 있는 영화. '봄'은 오는 11월 20일 개봉 예정이다.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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