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진(JEAN)했다'…청바지의 모든 것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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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23일까지 민속박물관 청바지 특별전영화 '맨발의 청춘' 청바지 붐 촉발가수 양희은 데비앨범 재킷서 반향일상복 넘어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누구나 한 벌 이상은 가지고 있을 법한 '청바지'. 매년 전 세계적으로 18억장이 팔려 나간다는 청바지는 지구촌의 보편적 의류가 됐다. 미국에서 골드러시 붐이 일었던 시기 광부들의 작업복에서 출발해 1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청바지는 노동자ㆍ페미니스트 그리고 자유ㆍ청춘ㆍ반항의 아이콘에서 현대인의 일상복이 되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바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의 작업복으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정확히 최초의 청바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과 다르게 과거 청바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젊음'과 '저항'의 상징이었단 사실은 7080세대들의 증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음악다방과 생맥주집, 롤러스케이트장을 드나들 때 입어야 하는 옷이 '청바지'였고, 이후 '힙합' 황금기가 도래한 90년대 춤추는 자들은 모두 헐렁한 청바지를 소화해내야 했다. 서서히 한국의 옷 문화를 점령한 청바지는 일상복으로 입지를 갖춰 나갔다.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남성 모델 이재연씨가 제공한 광고영상. 청춘의 상징인 청바지가 가족들의 야외 활동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볼수 있다.

양희은 데뷔 음반

이처럼 시간의 켜를 간직한 청바지에는 기성세대들의 추억이 묻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모델 이재연(현 모델라인 회장ㆍ68)씨는 고등학교 때 몰래 극장에 들어가 봤던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 청바지를 처음 만났다. "신성일씨 하고 트위스트 김, 이분들이 진바지를 입고 연기하는데 '오! 저 바지가 뭐야?, 저걸 구해야지' 싶었어요. 여기저기 물어보니까 남대문 구호물자 시장에 있다고 해서 두 세 번 갔는데도 구할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강원도 원주에서 왔는데 이 진을 꼭 구하고 싶다'라고 특별히 부탁해 가게에서 바지를 구할 수 있었죠."  70년대 청춘의 아이콘인 가수 양희은씨의 회상은 이렇다. "선배들한테 오빠란 소리가 안 나와서 '형'이라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이건 뭐야? 도깨비 같은 게 만날 청바지 입고 다니고. 저 뭐야 말괄량이 같은 기집애'라고 놀렸죠." 청바지가 대학문화의 상징이긴 했지만 여학생들에겐 여전히 낯설었던 것이다. 청바지와 기타를 배경으로 디자인 된 양희은의 데뷔앨범 재킷은 당시 파격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40대 이상 여성들에겐 어린 시절 청바지 입는 것을 주변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증언이 많다. 종갓집에서 태어난 60세 여성은 중학교 시절 참고서 살 돈을 빼돌려 청바지를 구입하다 "도대체 사대부 집안에 어디서 그런 옷을 입고 다니냐"며 부친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아버지는 청바지를 아궁이에 넣고 태워 버리기까지 했다.  

독일 부텐하임의 리바이 스트라우스 박물관

이 같은 청바지와 관련한 다양한 사연들이 각종 영상과 전시물을 통해 '청바지 특별전'이란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민속박물관의 전시장은 청바지를 주제로 한 500여명과의 인터뷰, 국내외에서 수집하고 대여한 청바지 1000여벌, 청바지와 관련된 여러 나라의 역사와 자료 등 '청바지의 모든 것'으로 꾸며져 있다. 쇠락해 간 섬유도시였던 구(舊) 라시키시 고지마 지구가 일본 청바지 발원지라는 점을 착안해 명소가 됐다는 얘기, 부녀자가 청바지를 입으면 '몸파는 여성'이라고 여기는 인도 칸누르 지역, 지난 2009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백화점에서 팔았던 북한 청바지 '노코진스' 등이 특히 눈에 띈다.  청바지의 창시자인 독일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생가 박물관의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이젠 잘 알려진 얘기지만 그의 '청바지 발명기'는 여전히 흥미롭다. 스트라우스는 어린 시절 귀족의 딸과 사랑에 빠졌지만 여자 측 가족들의 반대로 애인과 헤어지게 됐고, 여기에 유대계로 겪는 차별과 가난까지 겹치자 골드러시가 한창인 미국 서부로 건너갔다. 포목업에 뛰어들어 천막 천을 생산하던 스트라우스는 어느 날 납품 계약이 파기돼 천들을 폐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지만 이를 활용해 바지를 만들어 광부들에게 팔았다. 그런데 이것이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니, 바로 청바지의 시초가 된 것이다.이건욱 학예연구사는 "나라와 민족을 막론하고 어울릴 수 있는 인류 공통의 문화요소인 청바지의 역사, 사회상을 구술과 자료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근현대 자료를 모으는 게 의외로 어렵다는 것을 이번 전시 준비를 하며 새삼 느꼈다"면서 "전시를 감상하면서 무엇보다 물건들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라는 것, 또 내가 가진 물건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깊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3일까지. 02-3704-3114.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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