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과 분리된 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와 조정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조정위원장으로는 김지형(55·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을 추천했다.반올림 측은 조정위 설립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날 협상 도중 협상장을 떠났다. 삼성전자와 가족위는 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한 9차 협상에서 조정위원장으로 김 전 대법관을 임명하기로 합의했다.조정위는 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되, 위원장이 추천한 조정위원 2명까지 포함한 3명으로 구성된다. 조정위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 뿐 아니라 재발방지 대책, 사과 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반올림도 조정위, 가족위 등과 함께 참여해 이 문제를 풀어가기를 희망한다"며 "가족위의 제안 수용해 조정위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반올림도 참여하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조정위' 구성…위원장에 진보성향 김지형 전 대법관= 백혈병 피해 가족들과 삼성전자 간에 객관적인 기구가 설립됨에 따라, 앞으로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조정위원회'로 이름붙여진 이 기구는 올해 4월 피해 당사자 가족들과 반올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식 제안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 기준과 대상 등을 정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기구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5월 백혈병 피해자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며 제3의 중재기구 설립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공식 발표 이후 반올림 측은 중재기구 설립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고, 중재기구 설립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면서 협상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협상이 4개월 이상 진전되지 않자 반올림과 함께하던 교섭단 8명 중 6명은 지난달 초 "독자 협상을 진행하겠다"며 반올림 없이 삼성전자와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6명은 '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라는 이름으로 협상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반올림 교섭단에는 황상기씨와 김시녀씨 등 2명만 남았다. 이후 협상은 급진전됐다. 삼성전자는 가족위와 함께 협상을 객관적으로 봐 줄 기구 구성에 합의했고, 구성원 등을 정하기 위해 실무 협상을 세 차례 진행했다. 반올림은 이 기간 중에도 중재기구 구성은 필요없는 상황이라며 반대했다. 먼저 가족위는 조정위원장 후보 5명을 삼성전자에 제시했고, 삼성전자 측도 조정위원장 후보 2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가족위는 삼성 측 추천후보가 아닌, 본인들이 추천했던 후보 중 김지형 전 대법관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백수현 전무는 "가족이 추천한 후보를 위원장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 대해서 회사 측도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전적으로 가족의 뜻에 따르겠다는 원칙에 따라 김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제 김 전 대법관이 조정위원장 추천을 수락하고, 김 전 대법관이 조정위원 2명을 추가하면 조정위 구성은 마무리된다. 가족위는 "향후 운영방안등은 앞으로 실무협의를 하면서 구체화 할 계획"이라며 "조정위는 보상 뿐 아니라 사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며 삼성전자와도 합의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조정위 반대" 반올림 설득할 수 있을까= 가족위 6명, 그리고 삼성전자가 조정위 설립에 합의한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반올림을 설득할 수 있는지 여부다. 반올림은 이날 "조정위 설립은 필요없는 절차이며, 조정위 구성원의 객관성도 보장할 수 없다"며 협상 전부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협상이 시작된 지 한 시간 사십여분 후에는 협상장을 아예 떠났다. 반올림은 "처음부터 조정위 설립에 동의한 적도 없다"며 "삼성은 반올림, 피해 가족과 함께 협의에 나설 것을 약속했는데 반올림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최대한 반올림도 함께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전무는 "조정위가 꾸려지는대로 다음 협의부터는 조정위도 함께 참여할 것"이라며 "반올림도 함께 참여해 풀어가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필요하다면 반올림 측에 별도로 동의를 구하는 등 연락을 취할 것"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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