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극우 보수 셩향 인사들 '서북청년단' 재건 움직임에 비판 여론 거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유제훈 기자]최근 일부 극우보수 성향인사들이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북청년단은 해방 정국에서 김구 선생을 암살하고 제주도민을 학살하는 등 '백색 테러' 조직으로 악명을 떨쳤던 단체다. 28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는 '서북청년단'이라고 씌어진 검은 조끼를 입은 중년 남녀 20여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자신들이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라고 소개하며 기자회견을 한 후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해 시민들어 걸어 놓은 노란 리본을 '정리'하겠다고 나섰다. 이날 이들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벌인 퍼포먼스의 내용은 기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나 일부 극우 보수 인사들의 주장과 별 다를 게 없어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서북청년단 재건위'라는 이름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베의 5.18 희생자 '홍어' 택배 비하, 세월호 광화문 유가족 농성장 옆 '폭식 투쟁' 등에 이어 이번엔 과거 백색 테러로 악명을 떨쳐 한국사회에서 사실상 금기시돼 왔던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서북청년단 재건위 측은 자신들의 조직 명칭에 대해 "과거 공산당의 폭력에 공권력을 대신해 맞서 싸운 서북청년단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단체 정함철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단체 취지ㆍ활동 방향ㆍ목표가 정리돼 있지는 않다"면서도 "서북청년단은 구국의 결사대로서 그 시대 상황에서는 남한 사회가 남로당의 활동 때문에 극도로 혼란했던 상황에서 공산주의의 실상을 깨닫고 남하한 사람들이 만든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극우 테러 조직'이라는 기존의 역사적 해석에 대해선 "역사 왜곡"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근현대사의 이념 갈등에 대해서 현재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나중에 통일이나 된 다음에 잘잘못을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반대 세력에 폭력을 행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시대 상황이 다르다. 각 지역 별로 종북세력들이 민심 국론을 왜곡시키는 상황이 오면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부인했고, '극우의 광기'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맥아더 동상 철거할 때 죽창들고 나섰던 사람들 같은 이들을 막아서겠다고 나섰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실소가 나온다"라고 반박했다. 정 대변인은 또 최근 설립된 서북청년단의 첫 활동이 왜 세월호 노란 리본 철거냐라고 묻자 "가장 큰 현안이고 세월호 정국 때문에 국론 분열이 심각하기 때문이며, 광우병 시위 배후조종ㆍ통합진보당ㆍ새정치민주연합 일부 등 종북 세력들이 배후에서 유가족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과거 서북청년단원들에 의해 가족과 이웃이 죽음을 당했던 이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영희 제주4ㆍ3연구소 사무국장은 "최근 서북청년단 재건과 관련된 움직임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반대하기 위해 더욱 '눈에 띄는' 조직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4ㆍ3 사건을 겪은 제주 지역 어르신들이 아직도 서북청년단에 치를 떨고 공포감을 갖고 계신 점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ㆍ교육을 통해 서북청년단이 어떤 단체인지 알려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트위터를 통해 "서북청년단은 '광기가 지배하던 시대'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서북청년단의 재건은 이 사회가 다시금 '이념적 광기와 사적 폭력이 지배하는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는 징표다"라고 우려했다.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북청년단 재건 등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의견대립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며 "이들의 행동을 단순히 치기 어린 사건으로 보긴 힘들며, 이를 방조하면 자칫 백색테러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처럼 폭력적인 해결방식이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나중에 더 큰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보수' 세력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재길 시대정신 사무처장은 "좀 더 (재건위원회)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일단 노란리본 철거와 관련해 굳이 오해와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반공주의와 관련해서도 지금 시대에 여전히 유효하고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는 서북청년단의 명칭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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