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뷰] 채권왕의 퇴장과 채권 시장의 위기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뉴욕의 금융중심지 월 가가 주말에도 시끌시끌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발표된 빌 그로스 핌코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임 소식때문이다. 그로스는 핌코를 설립한 뒤 43년간 이를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채권펀드운용사의 지위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현재 핌코는 1조9700억달러( 2058조원)의 자금을 운용 중이다. 이중 그로스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토털리턴펀드 규모만도 2220억 달러에 달한다.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그에겐 항상 ‘채권왕’이란 별칭이 따라다녔다. 그런만큼 채권왕의 전격 사퇴는 금융시장에 적지않은 충격과 함께 다양한 화제를 양산하고 있다. 일단 관심은 핌코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핌코의 집안싸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로스는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업무 스타일로 늘 구설수에 올랐고 조직내 갈등도 증폭시켜왔다. 이로인해 새롭게 CIO에 오른 대니얼 이바스킨 등 핌코의 주요 전문 경영진들은 그로스가 회사를 떠나지 않을 경우 자신들이 회사를 그만두겠다며 이사회를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로스는 자신을 내쫓으려는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제 발로 박차고 나온 셈이다. 그러면서 그로스는 핌코에 비수도 꽂았다. 그는 핌코의 라이벌 중 하나인 더블라인 투자운용사로 전직을 추진을 하다가 여의치 않자 야누스캐피털 그룹에 합류해버렸다. 시장에선 당장 그로스를 좇아 대규모 자금이 핌코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핌코의 임직원들은 주말 내내 큰 손 고객들에게 연락, 이들의 동요를 막고 자금 이탈 방지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핌코 대 빌 그로스의 리턴 매치’로 사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집안싸움에만 시선을 고정해선 안된다. 그동안 승승장구해오던 채권 투자 펀드의 위기감이 저변에 깔려있음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 세계적 채권펀드 운용사들은 호황을 누려왔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정책과 무려 4조달러나 써가며 채권을 매입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의 혜택을 만끽해온 셈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기류는 점차 변하고 있다. FRB는 다음 달 양적완화 정책을 완전 종료할 예정이고 이후 금리 인상 논쟁이 전면에 부각될 전망이다. 사실 투자자들도 이에 대비해왔다. 그로스가 직접 관리한 토털리턴 펀드 규모는 지난 2012년쯤 30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이후 대규모 자금이탈 사태에 시달려왔다. 미국 국채에 집중 투자한 펀드의 성적도 악화되면서 수익률도 다른 채권 펀드의 평균치 이하로 떨어졌다. 그동안 그로스의 괴퍅한 언행은 화려한 투자수익률에 가려져왔다. 그러나 최근 실적 부진 앞에서 그 보호막이 사라졌던 셈이다. 채권왕의 갑작스런 퇴진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은 순탄치 않을 채권 투자 시장에 대한 예고편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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