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이다. 참사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 사회의 적폐를 뿌리 뽑아 안전한 나라로 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전과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섯 달이 지난 지금 바뀐 것은 없다. 나라가 세월호에 갇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갈등과 대립만 커지는 형국이다. 여야의 극렬한 대립과 유족들의 반대 속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표류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 안전한 나라와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여러 대책들 역시 발이 묶여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 탓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유족의 불신을 사고 있다. 사고수습과 수사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드러난 데다 진상규명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야당은 정략적 접근으로 '대통령의 책임있는 결단'만을 되풀이하고 있다.그 사이 세월호법 뿐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돌봐야 할 관련 법안들도 모두 멈춰섰다. 야당이 선(先)세월호법 처리를 주장하며 의사일정에 불참하는 바람에 국회는 지난 5개월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도 졸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고도 세비는 물론 추석 상여금까지 챙겼다. "국회를 해산하라"는 국민의 비난이 빗발치는 이유다.시간이 갈수록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세월호 유족이 농성중이고, 한편에서는 그에 반대하는 '치킨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 안산에서도 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현수막 철거를 놓고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일부 상인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고 한다. 세월호법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국민이 쪼개지고, 경제활성화와 민생은 발목 잡히는 상황으로 치닫는 셈이다.모두가 슬픔 속에서 한마음으로 다짐했던 참사 당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나라의 근본을 바꾸고 혁신하자. 희생자의 뜻도 그럴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깨어야 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유족 설득에 힘을 쏟고 야당을 원내로 끌어들일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야당은 집안싸움을 끝내고 당장 국회에 복귀해 민생현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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