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ENNALE & Fall'…광주·부산·서울, 비엔날레에 물들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전경. 제레미 델러의 작품 '무제'. 플렉스 캔버스에 프린트.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가을이 시작되는 9월은 '미술의 달'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미술 축제들이 풍성하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람회를 뜻하는 '비엔날레' 중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광주비엔날레'가지난 5일부터 대장정에 들어섰다. 앞서 서울에서는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선을 뵈는 '미디어시티서울'이 개막했다. 이어 오는 20일 '부산비엔날레'가, 25일엔 국내 최대 미술품 견본 시장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도 막을 올리게 되면서 국내 미술계는 1년 중 어느 때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일부 비엔날레의 준비과정에서 '대통령 풍자' 그림의 전시 파행, 전시감독 선정 문제 등 논란이 빚어지면서 시작 전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 '뚜렷한 방향성 부재'와 같은 뭇매를 맞기도 했다. ◆'광주·부산·서울' 비엔날레 특징은 ?= 올해 2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된 지 열 하루째다. 66일동안 열리는 이번 전시에 38개국 103명의 팀(작가)이 다섯 개의 대형 전시관에 '터전을 불태우라'는 주제로 413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여성과 성 소수자 등 상대적인 약자에 대한 담론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변방의 국가 ▲군대 등 권력과 소비사회에 대한 저항의식 ▲역사적 사건의 재해석을 반영한 작품들을 대거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의 총감독은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큐레이터인 제시카 모건이 맡았다. 모건 총감독은 "사운드나 움직임의 실천적 역동성을 추구하면서 현 상태를 '불태우는' 급진적 정신을 아우른다"며 "연극적인 요소,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가 펼쳐내는 거대한 현대미술의 집에 방문한 것처럼 보고 느끼고 진지하게 사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개막 초반 이곳에서 열린 포럼도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적의 미술 후원자들이 발제자로 나선 흔치 않은 행사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여전히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걸개그림 사건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특별전에 전시할 예정이었던 이 그림은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비하했다는 이유로 결국 걸리지 못했고, 해당 작가와 담당 큐레이터, 그리고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까지 사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대표이기 전에 비평가 입장에서 홍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런 문제가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불, 낙태, 퍼포먼스 기록영상, 1989년.
우르스 피셔, '38 E, 1st ST'
서울에서는 '아시아'를 화두로 삼은 미디어아트 축제가 한창이다. 매회 다른 예술감독을 초빙해 온 '미디어시티서울'은 8회째를 맞아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인 박찬경씨가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 '아시아의 잊혀진 역사와 전통, 냉전의 기억, 여성과 시간'을 비유하는 '귀신·간첩·할머니'라는 제목의 전시에는 51개국 452팀 이상의 작가들이 제작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오는 11월 23일까지 이어지는 이 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전시형태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작품상연이 진행된다. 앞으로 나흘 뒤 열리게 될 8회 부산비엔날레는 총 30개국 160여명의 작가(팀)이 참여한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지에서 진행하는 이 전시는 '부산'의 특성을 반영한 물·유기성·가변성·유연성 등의 키워드로 해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시각'을 주제로 한다. 김수자(한국), 치하루 시오타(일본), 파브리스 위베르(프랑스), 아니쉬 카푸어(인도) 등 유명 작가들도 대거 참여하지만, 이 축제 역시 매끄럽지 못한 전시감독 선정과 참여작가 30%가 감독과 같은 프랑스 출신인 점이 '잡음'을 내고 있다.
양혜규 작품, '소리나는 조각'
김수자, '호흡-만다라'
아니쉬 카푸어 작 '무제'
◆주빈국 '동남아'로 선정한 'KIAF'= 13회째 맞는 KIAF는 아직까지 세계 미술계에 많이 다뤄지진 않았지만 떠오르는 마켓인 '동남아시아'를 주빈국으로 선정했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총 22개국·186곳 화랑·900여명 작가의 작품 3500여점을 내건다. 변홍철 주빈국 커미셔너는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동남아 특별전을 열 정도로 컬렉터들이 동남아 작가들의 조각, 화려한 페인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동남아에서도 한국의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다. 이번 행사가 동남아 시장 진출의 다리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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