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감 ‘파격 행보’ 어디까지…“혁신이냐, 혼란이냐”

초등생 중간·기말고사 폐지, 평교사 장학관 임명, 교육장 공모제… 파격적 정책·인사 의견분분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의 첫 진보교육감인 이청연 교육감의 잇따른 파격적 교육정책 및 인사가 교육계 안팎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중간·기말고사 폐지’, ‘교육장 공모제’, ‘평교사 출신 장학관 임명’ 등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며 12년간의 보수교육감 체제 때와는 확실히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하지만 이같은 이 교육감의 행보에 대해 지나치게 ‘혁신’에 중점을 두다보니 조직 혼란과 소통 부재는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인천시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지역내 초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를 전면 폐지키로했다. 이 교육감의 대표공약으로 그동안 교과서 내용의 암기에 대한 평가에서 탈피, 교육과정 중심의 이해 습득정도를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학습평가 시스템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이에 따라 앞으로는 기존 각급 학년별 공통문제로 치르는 일제형 지필고사 대신 각 학급 및 반별 시험을 자율적으로 치르게 된다. 지필평가 문항을 달리 개발해 시행하거나 구술시험, 찬·반 토론법, 실기 시험, 자기 평가 보고서,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평가기법을 학교 교육과정 여건에 맞게 구안해 운영하게 된다.하지만 일부 학부모들과 교총은 “인천만 폐지해서 될 일이냐”, “기초기본교육을 약화시키는 비현실적 평가방식이다”는 등의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특히 교총은 “초등학생들의 창의력과 잠재력은 사실적 지식의 습득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기초기본지식도 없는 가운데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공론화 과정도 없이 폐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정확한 학력수준 파악과 보정교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그러나 일제형 지필고사는 ‘비교육적 성적 경쟁을 유발한다’는 폐해가 지적되면서 전교조를 중심으로 줄기차게 폐지가 요구돼왔다.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시험 성적에 목을 매고 있고, 학교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생들을 방과후시간에 강제로 남겨 학습을 시키는 등 교육과정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이 교육감은 “지필고사에 의한 평가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주고 배태적 경쟁심을 유발하고 있다”며 “창의적 사고력,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 인성 등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습 방법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의 평가’의 중요성을 학생과 학부모가 인식하길 바란다며 2016년부터는 중간·기말고사 폐지 대상을 중학교 1학년까지 확대해 나갈 뜻을 밝혔다.이 교육감이 취임 후 새로 도입한 인사제도 역시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그는 최근 일선 평교사 4명을 장학관으로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는가하면 그동안 교육감의 절대권한이던 교육지원청(옛 지역교육청) 교육장직을 공모제로 발탁했다. 평교사 출신 장학관은 초등 2명, 중등 2명으로 정책기획·학교혁신·청소년자원봉사·교육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시교육청은 이들이 풍부한 학교현장 경험으로 교육감의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행하는데 적합한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이 모두 이 교육감과 같은 전교조 출신들로 무엇보다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잘 알고 공약과제 이행에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반면에 그동안 장학사나 교장 출신이 주로 장학관에 임용돼온 점에 비춰 평교사가 두 단계를 뛰어넘는 인사는 ‘파격’을 넘어 교원의 승진임용 근감을 훼손하고 교직사회의 불협화음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적지않다.또 개청이래 처음 도입한 ‘주민참여형 교육장 공모제’는 과거 교육감이 승진서열을 따져 일방적으로 임명했던 방식에서 벗어난 점에선 인사시스템 혁신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학교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교감·교장들에게도 능력만 있으면 교육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문이 폭넓게 열린 셈이다.하지만 이 역시 개혁적인 인사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내사람 심기’의 또다른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전직 교장 출신의 한 인사는 “기존 서열과 교육경력을 무시하거나 특정집단 출신을 발탁하는 인사가 눈에 띠다보니 그것이 ‘개혁적’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코드인사’나 조직 혼란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말했다.13명의 인수위원 중 6명을 시교육청에 발령해 ‘보은인사’를 자초한 것에 대해 전교조 인천지부조차 “교육감이 개혁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진보교육감의 일련의 행보는 틀에 박힌 오랜 교육정책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학교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교원들에게 새로운 역할과 승진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인천교육의 새로운 시발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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