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매화와 달항아리'…석종헌 몽상-매화展

몽상-매화, 천에 먹, 아크릴, 45.5*53cm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화폭 속 항아리에 꽂힌 매화가 보인다. 주둥이에서 몸통의 절반도 채 내려오지 않은 달항아리는 매화를 담아내는 '대지'와 같다. 매화는 하얗기 보단 누런, 이미 시들어버린 꽃잎들로 악취가 나올 것 같다. 흉한 모습이다. 화면 양 옆으로는 빨간 선들이 분절돼 그어져 꽃과 항아리의 불안정한 비대칭을 강조하고 있다. 석종헌 작가(40)의 매화 그림이다. 그의 작품 속 매화는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매화의 모습과 다르다. 평론가 김현정은 그의 그림을 두고 '추(醜)와 공간 ─ 금지된 미(美)의 영역을 거론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불교에서 삶이 곧 고통이라 한다. 고통의 근원은 욕망이 있기 때문인데, 사람들이 인식하는 실체는 사실 다 껍데기일 따름이다. 항아리는 그러한 껍데기 역할을 하면서 인간들의 집착과 고통의 공간을 형성하여 그 안에 실상 만물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면 마음의 공(空)을 행할 수 있게 되어 청정한 무위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은 항아리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니 즉 고통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유의 경지인 것이다."즉 그의 그림이 정형화된 구속을 벗어나 추함이 가진 아름다움으로 확장된 영역에서 자아를 해방시켰다는 의미다. 매화는 추한 모습을 통해 공간을 상징하는 항아리와 연결돼 있는 강한 자아를 연출하고 있다. 김 평론가는 "석종헌 작가의 작품에서는 공간비대칭. 부조화. 부정확성인 세 가지 추의 형태를 통해 미의 가치를 역으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2관. 02-2105-8133.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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