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황이 확인시켜준 우리 사회 과제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닷새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오늘 오후 떠났다. 수많은 인파가 '비바 파파'를 연호한 것은 그가 세계적 종교 지도자라서기보다 소탈하고 친근하게 낮은 곳으로 다가와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외면한 약하고 소외된 이들,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고 위로하며 소통했다. 오늘 오전 마지막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진행된 명동성당 맨 앞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리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용산참사 유가족,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도 함께했다. 이들 모두 우리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로 인한 갈등과 대립으로 고통을 겪거나 상처 입은 이웃이다. 교황은 특히 나흘 연속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을 만났다. 공항 환영식장에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광화문광장에서 만나 위로하고 세례도 줬다.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의 모습이 세계로 타전됐다. 이역만리에서 온 교황까지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 닦기에 나선 마당에 바로 옆 정치권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표류시켜서야 되겠는가. 교황이 떠나며 지닌 선물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메고 전국을 순례한 십자가와 위안부 할머니가 한 땀 한 땀 수놓은 작품 '못다 핀 꽃'이 있다. 위안부 사과 문제와 관련 국제사회와 공조해 일본을 강하게 압박해야 할 것이다.교황이 며칠 묵으며 평화와 화해, 치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서 사회 갈등이 해소되고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교황은 우리가 직면한 과제를 각인시켜 줬을 따름이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와 여야 정치권이 대오 각성해야 한다. 영화 '명량'의 흥행에서 보듯 우리 사회가 '이순신 신드롬'에 이어 '프란치스코 신드롬'에 빠진 것은 그만큼 세상은 혼돈스러운데 해결해 낼 리더십이 보이지 않아서다. 교황 방한의 의미를 놓고 정치권은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려 들지 말라. 여당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야당은 세월호 참사 등 정부 실정이 부각되길 바라는 눈치다. 지도층과 정치권은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 다가가 우리 사회의 공동 선(善)을 찾아야 한다. 정략을 벗어난 진심 어린 자세로 경청하고 소통해야 소외받는 약자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깰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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