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순이' 초청하고 코스는 역대 최장, 그린 주위 그림으로 시각적 혼란까지
신지애가 넵스마스터피스 2라운드 도중 퍼팅을 한 뒤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KLPGA제공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스타 선수, 긴 러프와 빠른 그린의 고난도 코스 세팅, 천문학적 상금….골프대회 흥행에 동원되는 수단들이다. 17일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골프장(파72ㆍ6766야드)에서 끝난 넵스마스터피스(총상금 6억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역대 최장 코스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파72를 기준으로 그동안 1993년 SBS프로골프최강전이 열린 태영의 6750야드가 가장 길었다. 지난달 교촌허니레이디스오픈이 열린 인터불고는 6752야드로 조성됐지만 파73이었다. 힐드로사이는 그러나 험준한 산악지형에 조성돼 계곡이 많고 좌우도그레그가 심한 코스다. 넵스 측이 '장타쇼'를 마케팅의 화두로 삼았다면 코스부터 세밀하게 분석해야 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짤순이'로 유명한 신지애(26)를 초청해 흥행을 기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졸속 마케팅'까지 곁들였다. 신지애의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는 239.6야드, 122위에 불과하다. 2009년 상금왕까지 차지하며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등극했던 신지애는 지난해 상금랭킹이 22위까지 내려가는 등 카리스마를 잃고 올해부터 일본으로 발을 돌렸다. 다행히 일본에서 올해에만 2승을 수확하며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하지만 3년 만에 출전한 고국 무대에서 우승경쟁은커녕 비거리 때문에 자존심만 구기고 돌아간 꼴이 됐다. 넵스 측은 신지애와 장타자 장하나(22), 허윤경(24)을 1, 2라운드에서 같은 조로 편성하는 무지함까지 드러냈다. 신지애는 "정교한 우드 샷이 있다"며 "장타자와는 다르게 공략하는 법이 있다"고 자신했지만 누가 봐도 힘든 플레이가 이어졌다. 1, 2라운드에서는 그런대로 버티다가 3, 4라운드에서는 이틀 동안 무려 10타를 까먹었고, 결과적으로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초청선수에게 망신만 준 셈이다. 해마다 대회장 곳곳에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신선함은 올해는 과유불급이 됐다. 15번홀(파3)에서는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대형 발자국을 새겼고, 18번홀(파4)에는 대형 철제물의 버스, 그 뒤로 긴 길이 그려졌다. 공이 떨어지는 IP지점이 아니라고는 해도 중계화면의 가상광고도 아닌 실제 선수들이 경기하는 코스 위에 그려진 그림은 지켜보는 갤러리조차 시각적인 혼란을 일으키게 했다. 흥행에 급급한 주먹구구식 운영이 골프대회 본연의 치열함마저 손상시켰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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