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14일 한국 땅을 밟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1984년, 1989년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와는 전혀 달랐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으로 첫 방한, 절하는 듯한 자세로 땅에 엎드려 입맞춤하는 모습은 지금껏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기내에 내려서기 앞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며 영접 인사들을 대했다. 그리고 도착 성명에서 "한국은 유구한 역사에 걸쳐 시련과 풍파를 무릅쓰고 언제나 새로이 일어설 줄 아는 생명과 젊음에 넘치는 아름다운 나라"라며 "모든 생명이 신성시되고 아무도 소외되지 않으며 억눌리지 않는 모든 이가 진실한 형제애로 사는 그런 사회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었다. 이와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 도착, 10여분 후가 지나서야 다소 지친 표정으로 비행기 트랩의 난간대를 잡고 천천히 내려섰다. 오랜 여행 탓인지 몸도 굳어 있고 약간 구부정한 자세였다. 내려오는 도중 휘청이듯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를 건네자 소탈하고도 환한 미소로 답례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을 건넸다. 이에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답했다. 통역을 사이에 두고 양 정상은 잠시 말을 주고 받았다. 이어 화동으로 참여한 최우진(계성초 6학년, 13), 최승원(계성초 2학년, 9) 남매가 꽃다발과 손으로 쓴 편지를 전했다. 이에 교황은 화동들에게 몸을 숙여 좀 더 다가서서 이탈리아어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당초 비행기를 내려설 때와는 전혀 다르게 활기차고 미소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제사 교황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의 첫 인상은 특별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며 친근함과 온화함을 드러냈다. 교황은 영접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으며 한국 주교단을 만날 때는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하도록 웃음을 떠트리기도 했다. 특히 작년말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 '제 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초청했던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와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환하게 미소를 보냈다. 평신도 대표로 참석한 32명과 인사를 나눴다. 평신도 대표에는 가톨릭 노동청년, 필리핀 및 볼리비아 출신 이주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및 새터민 등도 포함됐다. 평신도 대표와의 만남은 낮은 자세로 보통사람들과 만나려는 교황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비쳐졌다. 그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한분이 눈시울을 붉히며 손을 잡자 "가슴이 아프다. 기억하고 있다"며 남은 한 손을 가슴에 얹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영접 나온 사람들과 인사를 모두 나누고, 마지막으로 멀찍히 서 있던 취재단에게도 손을 흔들어 인사한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교황은 이날 특별한 성명도 없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메시지를 대신 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낮은 자세로 이 땅의 힘겹고 아픈 사람들, 보통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의 첫 모습을 본 사람들은 "키가 크고 풍채가 넉넉한데다 할아버지같이 인자한 미소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특히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에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의 목자'임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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