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학 역량은 세계 11위권이다. 1997년부터 국제수학연맹(IMU) 70개 회원국 중 수학 선진국 클럽이라는 5군 바로 전 단계인 4군에 들어갔다. 1981년 1군 가입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청소년 수학의 위상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2년 주관한 수학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종합 우승을 했다. 겉보기엔 이처럼 수학 강국이다. 하지만 정작 창의를 바탕으로 하는 고등수학 분야에서는 별다른 업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 베트남이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우리는 단 한 명도 없는 게 단적인 예다. 경제 규모, 국가 위상을 생각할 때 초라한 실적이다. 대학입시를 위한 암기식ㆍ주입식 교육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미 만들어진 문제의 답을 맞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환경'에서는 창의적인 해결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것도 한 요인이다. 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우승자 5명 중 3명이 수학자가 아닌 의사의 길을 택했다.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아 젊은 수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척박한 탓이 크다. 지난해 국가 연구개발투자액 16조9139억원 중 수학 분야 투자비는 0.4%(673억원)에 불과했다. 1조6965억원인 정보통신의 30분의 1 수준이다. 어제 개막한 서울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들의 말은 시사하는 바 크다. 만줄 바르가바 교수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재미'를 강조했다. 사상 첫 여성 수상자인 마리암 미르자카니 교수는 "재능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했다. 잉그리드 도브시 IMU 회장은 "한국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게 부족하다"며 "수학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했다. 수학은 기초과학의 뿌리다.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수학 교육의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 과정은 도외시한 채 공식만 외우게 하는 방식에서 창의력을 키워주고 호기심을 자극해 수학의 참 재미를 느끼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수학을 잊는' 교육은 바꿀 때가 됐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