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잊을 만하면 코스피의 발목을 잡는 게 바로 지정학적 리스크다. 연초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긴장 완화와 갈등 고조를 오가며 아직까지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미국의 이라크 공습 승인 등이 최근 박스권 돌파로 축제분위기에 들떠 있던 코스피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올들어 꾸준히 있어왔지만 정책모멘텀이 악영향을 막아줬고 그 덕에 코스피는 2100선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최근 정책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희석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코스피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지난 주 글로벌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글로벌 지정학적 이슈에 미국이 개입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이에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이를 감안할 때 변동성 확대국면이 오래 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펀더멘털 모멘텀의 견고함이 글로벌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중장기 상승추세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주 코스피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고 2차 상승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모멘텀과 정책공조 기대감이 확대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7월11일 저점(1985포인트) 이후 2090선 돌파(장중 고점, 7월30일) 시도 과정과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 당시에도 정책과 중국 모멘텀이 상승추세 형성의 동력이었다. 8일 중국 수출입 지표의 서프라이즈에 이어 13일 실물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중국 고정투자의 증가세와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감 완화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중국 국경절이 가까워지고 있어 선수요도 커질 수 있는 시점이다. 1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다시 한번 정책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인하 폭과 향후 방향성이 중요하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큰 폭이거나 대출 확대 등 추가 완화 정책과 결합된다면 정책공조 효과의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 2100선 돌파 시도를 위한 코스피의 상승추세 재진입이 기대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 이라크와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서 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의 사례를 검토해 보면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식시장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한 차례가 예외인데 2011년 1분기의 중동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큰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공습지역이 원유 생산시설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 아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가동률을 높여 증산할 수 있는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걱정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 경기 둔화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될 정도로 유로존의 경기 회복 강도는 약하다. 독일은 유럽 주요국 중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고 프랑스는 러시아에 대한 금융대출 금액이 가장 큰 국가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10% 내외의 강한 조정을 받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유로존 경기 하강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경기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더해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아직 아시아 국가들의 대유로존 수출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4분기에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경기 둔화가 우려되지만 그래도 코스피는 추가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크기 때문이다. 유럽 문제가 악재로 부각되기 시작하는 시기는 4분기는 돼야 할 것이다. 중국 경기 회복과 금리 하락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대응을 권한다.◆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 국내 증시는 장중 2090포인트까지 상승한 후 단기간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러시아 및 이라크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나 그보다는 단기간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상승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러시아와의 교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 내외로 그 영향력이 크지 않고 이라크 사태는 아직 장기화되지 않았으며 과거와 달리 중동지역의 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의 우려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이익전망치의 꾸준한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 오는 14일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하 결정 기대, 2기 경제 내각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밸류에이션 상승이 주된 이유였다면 이에 대한 기대치 감소와 밸류에이션 할인 요소인 새로운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코스피는 당분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