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화학물질 공개' 요구에 삼성 난색

4차협상서 다시 평행선…'기업 비밀 경쟁사에 드러내는 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권해영 기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삼성전자와의 4차례 협상 과정에서 백혈병 피해자 구제라는 본연의 목적 대신 삼성전자를 직접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달 이내에 피해자들의 보상 먼저 마무리 짓자며 협상을 진전시키고 나선 가운데 반올림은 협상 이전부터 주장했던 삼성전자를 직접 감시하겠다고 나서며 지리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지난 30일 오후 2시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4차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협상은 총 6시간 40분이 걸려 밤 8시 40분에 끝이났다.이날 반올림은 삼성전자측에 반올림측에서 추천한 사람들을 절반 이상으로 구성한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와 '외부감사단'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협상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삼성전자를 감시할 수 있는 감시 기구를 만들고 정기적인 감사를 벌이겠다고 나선 것과 동일 선상이다.삼성전자는 이에 반발했다. 법적 근거도 없고 이미 정부 기관을 비롯해 매년 150차례에 걸쳐 외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올림이 직접 삼성전자를 상대로 감사를 벌인다는 일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명분도 없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민간 단체다. 정작 삼성전자가 피해자들을 먼저 구제하자고 나선 가운데 반올림은 오히려 삼성전자를 자신들이 직접 감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반올림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의 종류와 사용량에 대해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 역시 협상에 나서기 전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밝힐 경우 앞으로 어떤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인지, 그 기술에 대한 원재료는 무엇이 들어가는지, 얼마나 만드는지 등이 경쟁사에게 모두 공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이미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 중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정부 차원에서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차례 이같은 입장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반올림측이 이같은 제안을 해 와 아쉽다"고 말했다.결국 반올림측의 재발 방지 및 안전 대책은 자신들이 직접 삼성전자를 감시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양측은 보상 및 사과 문제에 대해서도 평행선을 달렸다.우선 협상에 참여한 피해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먼저 보상하고 양측이 합당한 기준을 만들어 보상위원회를 만들자는 삼성전자의 의견은 산재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는 반올림의 목소리에 묻혔다.백 전무는 "반올림측은 산재신청자 전원을 보상해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산재신청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짜 산재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입장"이라며 "산재를 신청했으니 무조건 보상해줘야 한다는 반올림측의 현재 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삼성전자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협상단 대표인 황상기(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숨진 황유미씨 아버지)씨는 삼성전자가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했다.황 씨는 "피해자 가족들은 산재신청자 모두 보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삼성이 원하는 답을 갖고 나오지 않았다"며 "삼성이 좀 더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전자업계는 예상대로 반올림측이 협상 테이블에서도 조금의 양보 없이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정성이 없다고 매번 비난을 하는 반올림이 오히려 협상과 관련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본래 협상이라는 것이 양측의 요구를 조금씩 양보하고 받아들이며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반올림이 조금의 양보도 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번 진정성을 얘기하는데 요구안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진정성이라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협상 과정에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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