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코스피, 2100 고지가 보인다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롱쇼트 펀드의 자금 이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얼마 전에 만난 K투자자문사 대표가 건넨 말이다. 최근 기세가 꺾이고 있는 롱쇼트 펀드 위력이 오히려 시장 수급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올 하반기를 기해 주식시장이 몇 년 동안 이어져 온 박스권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회복, 글로벌 유동성 신흥시장 유입, 기업실적 턴어라운드, 정부 정책 기대감 등 겹호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2011년 8월 이후 밟아보지 못한 '2100 고지' 탈환이 충분할 것이라는 진단이 줄을 잇고 있다. 펀더멘털 보강에 무게를 실어주는 시그널은 곳곳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경기동향보고서는 전 지역에 걸쳐 소비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제조업 전 지수가 우상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고,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결과로 온기를 불어넣었다. 글로벌 자금 유입도 본격화될 태세다. 지난달 대만에서 시작된 아시아지역 펀드 자금 유입이 한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25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2조4095억원을 순수히 사들였는데, 이는 연간 순매수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선진시장 중심으로 움직였던 장기투자 성향의 자금들이 본격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사자'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주요 시장참여자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치와 유동성이라는 정량적 측면 뿐만 아니라 지수 랠리가 계속될 것이라는 정성적 측면이 긍정적인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코스닥 거래대금 합계가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의 경우 지수가 2050선에 근접하면 기관발 물량 출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하면서 동반 팔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외국인이 꾸준히 매수 우위 기조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지수 탄력성이 주요 해외 시장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라고 짚었다. 기관발 매도 시그널도 약화되면서 '센티멘털 랠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사실 업종 평균대비 저평가 종목을 사고, 고평가 종목을 팔며 수익을 노린 롱쇼트 전략이 시장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롱쇼트 펀드 잔액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박스피 실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공감대까지 형성됐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이달들어 국내 등록된 63개 롱쇼트 펀드에서 1246억원이 빠져나갔다. 3월까지 한달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이며 위세를 떨쳤지만, 5월 938억원 순유출되더니 6월에도 1990억원이 이탈했다. 지수가 2000선을 넘어가자 좁은 박스권에서 수익을 노렸던 전략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롱쇼트 전략과 채권투자를 병행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 돈이 몰리고 있다지만 원금보장에 무게가 실린 만큼 박스피를 부채질할 정도의 위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롱쇼트 펀드로 재미를 봤던 운용사들이 추가 상품 출시를 미루고,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운용사 및 자문사들이 성장주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주식은 꿈을 먹고 산다고 했다. 그만큼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게 반영된다. 기업가치 뿐만 아니라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 긍정적인 이유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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