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가 없던 일로 됐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적극 추진했던 종교인 과세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철회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어제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아직 종교인들 간에 완전한 컨센서스가 덜 이뤄진 것 같다"며 종교인 과세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신앙의 자유, 자발성에 기초한 합의'가 미진해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형평성을 위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해 왔던 정부의 방침이 경제팀이 바뀌면서 180도 뒤집힌 것이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제기된 후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엔 이명박 정부 말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이 강하게 추진했지만 대통령선거와 맞물리면서 흐지부지됐다. 박근혜정부가 다시 시동을 걸어 지난해 말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을 '기타 소득'으로 간주해 전체 소득의 20%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매기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국회도 종교계와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리를 미뤄 왔다. 종교계 합의 운운은 핑계다. 개신교 일각의 반발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천주교는 이미 소득세를 내고 있다. 일부 개신교 교회와 사찰 등도 자진 신고 형태로 소득세를 낼 정도로 종교계 내부에서도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민의 88%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 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종교인 과세 방안을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등 사내유보금에까지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세수 부족을 메우겠다며 국세청과 관세청을 동원해 총력 세수에 나섰다. 그러면서 종교계와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지 않는다는 건 자가당착이다. 종교인 모두의 허락을 받겠다는 것인가. '유리 지갑'인 직장인 과세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종교인 과세 방안을 내놓으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종교인 과세는 비록 세수 효과는 크지 않지만 조세형평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상징성이 크다. 종교인 과세야말로 국민이 공감할 조세정의 정상화의 길이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 방침을 철회해선 안 된다. 나아가 관련법안 처리에 미적거리는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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