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가족기업 ‘아이시어스’ 계열사 돈으로 연명경영권 승계 연관성 의문..회사측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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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가족들이 주요 주주로 등재된 IT서비스업체 아이시어스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이렇다할 매출 없이 자본금을 다 까먹은 상태에서 다른 계열사로부터 돈을 빌려 연명하고 있다. 이른바 '좀비 회사'다. 이처럼 그룹 재무안정성에 흠집을 내고 있는데도 청산 등 상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자 그 배경을 두고 갖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산업개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이시어스는 최근 운용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인 아이서비스로부터 2억원을 1년 동안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자산 총액대비 30.63% 규모로 이자율은 연 6.9%다. 아이시어스는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 및 관리업을 위해 설립됐으며 현대산업개발의 손자회사다. 현대산업개발 자회사인 아이서비스가 46.7%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가운데 정몽규 회장이 13.3%, 부인 김나영씨와 차남 원선씨, 삼남 운선씨가 각각 6.7%씩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대부분 친인척이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아이서비스에 손을 벌린 것은 지난 2012년 5월부터다. 영업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태에서 12명 직원의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2억원을 빌렸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해 네 차례에 걸쳐 총 10억원을 차입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입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시어스는 지난해 총 12차례에 걸쳐 19억1400만원을 차입했고, 올들어서는 9차례에 걸쳐 11억5000만원을 빌렸다. 최근에는 한달에 두번 차입금 공시를 내는 등 돈 빌리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차입금 이자 등 상환 부담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가 정상 운영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0)에 가깝다. 금감원에 따르면 아이시어스는 2011년과 2012년 매출 실적이 전무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을 올렸는데 300만원에 그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수준이다. 설립 첫 해 대출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유동비율은 3059%였지만 이듬해 7.9%로 급락했다. 자기자본은 2011년 15억원, 2012년 -3억5800만원, 2013년 -17억9100만원으로 악화일로다. 증권가에서는 정 회장의 석연찮은 특정 계열사 사랑이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시어스는 사실상 가족기업 형태를 띠고 있는 데 여타 그룹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는 정 회장의 두 아들이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자본잠식 상태에서 지분의 자산가치는 없지만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충분하다"고 짚었다. 회사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아이시어스 관계자는 "회사 존속과 후계구도를 연결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해 첫 매출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다양한 수익원을 개발해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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