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일자리 소멸 시대, 장인을 다시 생각한다

박희준 정치경제부 선임기자

최근 한 모임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10여년 전 맡고 있던 관공서 출입기자들과 전현직 장관, 국장들의 모임이었다. 참석한 이들은 다들 50대와 60대를 목전에 둔 사람들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경제, 즉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로 모였다. 결론은 대강 이렇다. 과거에는 60세까지 일하고 80세까지 노후를 보냈다. 그러나 앞으로는 70세나 80세까지 일하고 90세나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없는 장수는 복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고령화 시대가 아닌 고령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생존 비법은 없는가? 답은 '있다'였다.  그러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해서 적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면할 앞날은 복지국가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실업자 중늙은이들로 가득찬 디스토피아가 될 지도 모르는데 이를 극복하는 길은 이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침묵이 흘렀다. 이견은 없었다. 오늘 아침 페이스북에는 우리의 이런 염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올라와 있었다. 급속한 기계화와 컴퓨터의 발달로 텔레마케터, 회계사, 화물ㆍ운송 중개인, 시계 수선공, 보험 손해사정사, 택시기사, 전화 교환원, 부동산 중개인, 판사, 기자 등 수많은 직업군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였다. 외국 사례지만 이미 국내에서 직군 소멸은 현실화화고 있다.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장으로 수많은 전화 안내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무료 신문이 폐간했고 많은 기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 기술자들의 생명력이 길어졌는가? 아니다. 그들은 계약직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기술의 발전, 기계화의 급진전이 가져올 직업의 변화상은 그 누구도 짐작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모든 직종은 적자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산업혁명 때처럼 일자리를 놓고 기계와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있는지도 모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기업 내부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도 생각 중인 모양이다. 경제가 돌아가도록 자극을 가하려는 그의 노력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이 돈을 풀어서 경제를 살렸는데 우리라고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게 해서 우리 경제가 살아나 청년실업이 해소되고 중장년 가장들은 소득증가로 가족 앞에 보란 듯이 돈을 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력 과잉의 시대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과거 몇 사람이 하던 일을 한두 명이 하도록 해준다. 매출은 부쩍부쩍 늘어도 고용은 거의 하지 않는 게 요즘 기업이다. 아니면 해외에 공장을 지어 거기서 생산을 한다. 중국 랴오닝성과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 우리 기업 4500여개가 진출해있다는 것은 좋은 예다. 이런 난제를 풀어낸 완벽한 답안지는 없다. 정부와 기업, 개인이 모두 준비를 해야 한다. 부단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으로 변신하는 길뿐이다. 한 전직 장관은 퇴직 후 일을 하지 않다가 지금은 박사 과정에 등록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몸, 사람의 손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바로 장인 직종이다. 장인의 수작업으로 핸드백과 시계를 만들어 글로벌 기업의 위상과 고용을 달성하는 에르메스, 루이뷔통, 파텍필립을 천착해볼 것을 권한다.박희준 정치경제부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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