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부정청탁의 불명확한 기준'과 '적용대상 확대', '이해충돌 범위' 등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일부 조항에 대한 온도차에도 이들 모두 입법 과정에서 보다 정교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부정청탁의 불명확한 기준' 지적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의 제정 목적과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 법이 제정돼 시행되길 바란다"는 입장부터 밝힌 뒤 "부정청탁이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개념이 모호하다"며 "구체적으로 이런 것을 부정청탁이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열거해야 시행단계에서 혼선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만일 청탁 규정이 불명확할 경우 결국 사법부에 모든 판단을 맡겨야 하는데 이 경우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청탁을 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게 돼 있는데 과연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기소를 할 경우 인권침해가 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사법부의 법적 판단 이전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조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법부의 법적 판단 이전 국민권익위 등에 조사권을 부여해 법적 판단 이전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검찰도 개혁해야 한다는 마당에 사전 조사도 없이 바로 검찰 수사로 넘어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립적으로 조사하고 처벌을 의뢰할 수 있는 여러 기관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일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부정청탁의 개념 모호 지적에 대해 "개념은 의원 입법안에 자세히 정의를 해놨고 그 정의를 보면 부정청탁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만약 그 정도로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의원 입법안을 참고해 예외규정을 넣어 수정안을 제출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이라는 게 일정 부분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 사회상규도 사법부의 해석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면서 "해석의 여지가 없는 법을 만들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장유식 변호사는 이런 논란에 대해 "개념이 불명확하지만 지금 부정청탁의 개념 확립을 명확하기 위해 케이스를 일일이 열거해 삽입할 경우 처음부터 법을 다시 뜯어고쳐야 하는 만큼 지금의 안대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대신 "추후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에서 규칙 등을 통해 개념을 구체화 하는 방식으로 불명확성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용대상 범위 확대'를 두고도 온도차를 보였다. 이 교수는 적용 범위를 언론과 사립학교까지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 "범위를 사립학교와 언론까지 확대한다면 너무 많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너무 많은 범위로 확대될 수 있다"며 "그때마다 사법부에 물어볼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 교수도 "취지가 공직자에 대한 부정부패를 막자는 것인 만큼 적용대상을 언론사와 사립학교까지 확대하자는 것은 결국 '김영란법'을 제정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 변호사는 "이 문제 때문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법안 통과를 방해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지금 사립학교나 언론이 깨끗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만큼 차제에 그 부분까지 확대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다만 "적용범위에 사립학교와 언론을 넣는 게 본질이 아니고 확대하지 않는다고 이 법이 의미가 없는 게 아닌 만큼 우선 공직자에 맞춰 시행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확대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장 변호사는 거듭 "이 논의로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노영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공직자 가족들이 공직자의 업무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한 '이해충돌 범위' 부분의 보완 필요성을 주문했다. 노 대변인은 "가족과 친척의 직업선택 자유가 있는데 관련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직무의 범위도 애매하고 처벌규정도 가혹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도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며 "악용될 소지도 있어 좀 더 명확하게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