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눈꼴시린 것에 결국 눈길을 빼앗기고 마는 곳이 바로 인터넷 포털이다. 하루에도 수십번 드나드는 여론의 광장에는 1급수만 흐르지 않는다. 매캐한 하수구에는 짙은 선정성과 폭력성이 수시로 '19금'을 넘나든다. 그런 일탈이 불편한 것은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여서일까, 우리 사회가 그만큼 원초적이며 각박해져서일까. 그러니 걱정도 팔자일 수밖에. 초등학생 아들 녀석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할라치면 열일 제쳐놓고 옆자리를 꿰찬다. 혹시라도 19금이 튀어나올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얼마 전 포털 메인에 버젓이 걸린 'XXX 눈물나는 베드신'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그런 우려의 스모킹건이다. 베드신이 왜 눈물 겨운지 알 길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남녀 주인공이 어찌어찌하다 입술을 부비고 껴안고 결국 베드신으로 넘어가는 전날 TV 드라마를 스틸컷까지 친절(?)하게 덧붙인 리뷰는 민망하고 무안하다. "아이들도 보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한숨이 절로 터진다. 세월호 참사 이후 뜸해졌지만, 포털 메인을 장식하는 패륜 범죄 뉴스들은 더 이상 생경스럽지 않다. 자식이 부모를 해하고,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금수만도 못한 인간들이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서슴지 않고. '본능'을 팔아 '클릭'을 사는 포털이야 남는 장사인지 모르지만, 꼰대스러운 어른들은 '이런 뉴스를 꼭 메인에 걸어야 하나' 불편하고 불쾌하다. 선정성과 폭력성은 영화를 따를 게 없다. 그래서 영화는 나이에 따라 등급제를 나눠 관람권을 보장한다. 전체 관람가, 12, 15, 18(청소년 관람 불가, 만 나이 기준), 제한상영가. 등급을 낮추기 위한 가위질도 잦다. 영화 도가니는 15세 관람 등급을 얻기 위해 어른이 여자 아이를 추행하고 남자아이를 폭행하는 장면 등을 무려 12곳이나 삭제했다. 폭력에 대한 사실적 묘사를 포기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국내 영화감독 중 가위질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 김기덕 감독도 화제작 뫼비우스의 일부 장면을 삭제해 18세 등급을 받았다.정보가 흐르고 고이고 쌓이는 인터넷을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지만, 고상하든 천하든 인간의 희로애락을 품는 것이 인터넷의 본성임을 부인하지도 않지만, 정보의 상하수도가 뒤엉켜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눈꼴시린 것에 눈길을 빼앗기는 불쾌한 경험을 하다보면 '여기도 등급제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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