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돈 줬다는 저축은행 회장 진술에 의문…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혐의는 인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새누리당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의원이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26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용덕) 판결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정 의원이 재기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정 의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징역 10월, 추징금 1억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파기 환송’을 선택할 때 어떤 취지로 판결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이번 경우는 ‘무죄’ 취지라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대법원은 정 의원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공모해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비롯해 1억원을 별도로 수수한 부분과 1000만원을 수수한 의혹 등 원심에서 유죄 선고의 근거가 됐던 내용 모두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이는 정 의원이 이날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잃을 것이란 관측과는 상반된 결과다. 일반적으로 징역 10월이라는 형량을 원심에서 받은 정치인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결과가 뒤집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형사재판에서 ‘금고형’ 이상만 확정받아도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두언 의원직 상실’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임 전 회장의 주장이 거의 유일한 ‘증거’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정 의원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도 없지는 않았다. 결론은 정 의원의 항변에 대법원이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임 전 회장이 정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주장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법원이 이날 이 전 국회부의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2월, 추징금 4억5750만원의 원심을 확정하면서 정 의원에게는 다른 판단을 내린 이유다. 대법원은 “정 의원이 불법적인 정치자금 기부에 직접 관여했음을 인정할 객관적인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임 전 회장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드러날 뿐 아니라, 진술 상호 간에도 모순되거나 다른 증거와 부합하지 아니해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있다”고 판결했다. 결국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인물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판결은 정치인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 사건에 참고가 될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여러 차례 돈을 제공했다는 사람의 진술 중 상당한 부분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경우 나머지의 금원제공진술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등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재확인하고, 관련 법리에 비춰 보면 금품공여자의 일부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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