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금융상품을 대기업 위주로만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을 차주(借主)로 두고 중소기업에 직접 대출금을 지급하는 상품은 대출 집행을 까다롭게 해 이용을 어렵게 했다. 수출입은행의 연대를 통해 손해를 보상하는 이행성보증 역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만 우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수출입 및 해외투자 금융 지원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 이번 감사에서는 수출입은행건이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은 수출입은행이 중소 수출기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수출팩토링이라는 금융상품을 도입했지만 대기업 위주로 운용돼왔다고 지적했다. 수출팩토링은 수출업자가 외상으로 물건을 팔아 생기는 외상매출채권을 수출입은행이 매입한 뒤 만기일에 수입자에게 물건 값을 받아내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대금 회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상품은 2010년 4776억원에서 지난해에는 8월 기준 2조7315억원으로 실적이 급등하는 등 증가폭이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중소기업에 대한 취급 실적은 같은 기간 1072억원에서 546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대기업이 3704억원에서 5481억원으로 늘어난 것과는 대비된다. 동일한 수입업자에 대해서도 대기업에만 지원이 이뤄졌다. 대기업(5곳)으로부터는 2010년부터 2년 간 1조1031억원의 수출채권을 매입한 반면 동일한 수입업자에 수출한 중소기업 7곳에 대한 수출채권은 매입이 전무했다. 감사원은 또 수출입은행이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발전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3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후관리가 미흡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는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은 2011년 45개 대기업과 맺은 상생협력약정에 따라 대기업이 추천하는 중소기업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하고 있다. 약정에는 이후 대기업이 매출채권 양도승낙 혹은 장기공급계약 체결 등 중소기업에 지원을 하도록 규정돼있지만 2012년 상생협력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139곳 중 39곳(28%)은 이후 대기업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지원을 받은 100곳 역시 경영컨설팅 교육, 품질향상 교육 등 희망도가 낮은 지원에 그쳤다. 수출중소기업에게 납품받는 대기업을 차주(借主)로 두고 수출중소기업에 직접 대출금을 지급하는 상생협력대출은 대출 집행이 까다로워 실적이 저조했다. 2011년 폐지된 네트워크 대출은 납품금액·품목 등이 포함된 물품공급·이체리스트만 제출하면 됐다. 그러나 상생협력대출은 대출구조가 같음에도 이 외에 차주의 수출계약서 등 구매계약체결 입증서류,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생협력대출의 월평균 대출 실적은 297억원으로 2009년 네트워크 대출의 월평균 실적 3347억원의 8.9%에 불과했다. 수출입은행의 연대를 통해 발주자인 수출기업이 입게 되는 손해를 보상하는 이행성보증 역시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했다. 이행성보증은 공사 등 수주자의 계약 미이행 등으로 발주자가 입게 되는 손해를 보증기관이 연대해 보상하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2010년부터 2013년 9월까지 21조3139억원을 국내기업이 수행하는 해외플랜트 건설 등 해외건설공사에 지원했다. 그러나 발급된 1512건 중 978건이 대기업에 돌아가는 등 지원이 대기업 위주로 이뤄졌다. 전체 금액 중 20조3984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은 309건(4412억원)에 그쳤다.특히 신용도와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대부분 담보를 잡아 이행성보증을 발급했다. 309건 중 36건(12%)만 신용으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이 89%(871건), 중견기업이 46%(104건)를 신용으로 발급받은 것과 대비된다. 수출입은행의 여신규정에는 사업성이 양호한 경우에는 신용만으로도 이행성보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은 "제조업의 경우에는 신용도 또는 담보력이 취약한 수출중소기업도 사업성이 우수한 경우에는 신용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평가방법이 있으나 중소기업의 해외건설공사에 대해서는 사업성 평가를 통해 이행성보증을 발급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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