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곳곳에서 국정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시급히 결정돼야 할 정책이 혼선을 빚는가 하면 부처 간 갈등이 여기저기서 노출된다. 국회에서는 교체될 각료들을 상대로 맥 빠진 대정부 질문을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 국회에서는 곧 물러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여야 의원들이 경제상황과 경제정책에 관한 질의를 벌였다. 현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운용만 잘하면"이라고 전제하고 "올해 연간 4%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반기 경제운용'은 그의 책임이 아니다. 경제토론회를 벌인 것이라면 몰라도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한 정부 경제정책 수장의 답변으로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다. 같은 날 민간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하반기에 성장속도가 둔화해 올해 연간 성장률이 3.6%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대출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정책신호도 혼선에 잡음까지 섞이다 보니 종잡기 어렵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주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적극적인 규제완화 의지를 밝히면서부터다. 현 부총리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물론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최 내정자의 입장을 고려한 듯 불가하다던 종전 입장에서 물러나 합리적 조정 차원의 소폭 완화는 가능하다는 정도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뒤에서는 익명으로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관리들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기재부가 늦어도 다음 주까지 완료해야 하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수립 작업은 아예 중단된 상태다. 일부 차종의 연비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부 간 상이한 조사결과는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도입 여부도 정책 리더십 실종으로 인해 오락가락한다. 담뱃값 인상, 군복무 학점 인정, 임신휴가제 도입 등 부처 간 갈등만 계속되는 정책사안이 적잖이 쌓여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4월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이후로 두 달 가까이 국정운영의 공백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곧바로 문창극 총리후보자에 대한 내정 철회 여부를 결단하고 개각을 서둘러 국정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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