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이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117개 공공기관의 2013년 경영평가 결과 전년에 16개였던 A등급이 2개로 크게 줄었다. 반면 낙제점(D, E등급)을 받은 기관은 30개로 전년의 16개보다 배 가까이 늘어났다. 박근혜정부는 물론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공공기관 개혁 작업의 결과라고 하기엔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한 곳도 없었고 A등급 2개, B등급 39개, C등급 46개, D등급 19개, E등급 11개다. 꼴찌인 E등급이 전년보다 4개, D등급은 10개가 늘어났다. 낙제점인 DㆍE등급 비율이 14.4%에서 25.6%로 커졌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관리 등 사회적 책무 부문의 평가를 강화한 때문이라고 하지만 방만 경영에 부채 관리를 등한히 한 탓이 더 커 보인다.평가 결과는 공공기관 개혁의 고삐를 더욱 좨야 한다는 요구와 같다. 헌데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느슨하다. 정부는 경영부실의 책임을 물어 울산항만공사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2곳의 기관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고 6명은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 당초 해임건의 대상 14명 중 12명, 경고 조치 대상 16명 중 10명은 기관장 임명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제외한 것이다. 개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도 그렇다. 정부는 200%가 넘는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187%로 낮추겠다고 한다. 부채감축 방안은 복리후생비 축소, 자산 매각 등이 핵심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건물이나 땅이 제값을 받고 팔릴지 의문이다. 복리비 축소도 노조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곳이 많다. 근본 처방 없이 장부상 숫자만 맞추려 하거나 작은 부분에 손대는 식의 편의적 발상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는 총 523조원으로 전년보다 25조원이 늘어났다.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부실의 근원을 도려내야 한다. 복리후생비 축소나 자산 매각 등은 근본 처방이 못 된다. 기관별로 부채 증가와 부실경영의 원인을 정밀하게 진단해 맞춤형 처방을 내려야 한다. 국책사업을 공공기관에 떠넘기거나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구태는 이제 버려라. 노조도 평가 결과에 반발할 게 아니라 개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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