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대한민국] 한-브라질 女대통령, 입 맞춘 듯 '소비를 살려라'

■창간특집-한국·브라질의 경제상황 들여다보기 한국, 美 '돈죄기'엔 일단 선방…세월호 여파 극복이 과제브라질, '월드컵 효과' 부정적…중산층 구매력 부축 시급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조은임 기자] 월드컵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개최국 브라질과 한국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두 나라는 월드컵을 개최한 경험이 있다는 것 외에도 그 어느 나라보다 열정적인 민족성을 갖고 있고, 이를 동력으로 선진국을 위협할 신흥국으로 성장해왔다. 이제는 선진국 경제로 진입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고 두 나라 모두 여성 대통령이 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과 브라질은 각각 2013년, 2011년부터 여성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집권 후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선진국에 다다르기 위해 해소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일까. 두 여성 대통령의 경제성적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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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위기 '암초'…한국 '선방' vs 브라질 '불안'=종합적인 거시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꽤나 선방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의 '돈 풀기'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도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로 전년의 2.3% 보다 0.7%포인트 올랐다고 발표했다. 2010년 6.7%, 2011년 3.7%와 비교하면 회복세가 강하지는 않지만 올해도 4% 성장을 전망하는 등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은 가능한 셈이다. 무역 부분은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국은 사상 최대 수출(5597억 달러)과 무역수지 흑자(442억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3년 연속 무역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 지난해 '무역 3관왕'을 달성했다. 무역수지와 무역외수지를 합한 경상수지는 지난해 798억8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흑자를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져 지난해 외환보유액은 34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0억 달러 늘었다. 총 외채에서 차지하는 단기외채 비중도 31.1%에서 27.1%로 줄어 1999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경제 위기를 방어할 실탄이 늘고 외채의 질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4차례에 걸쳐 내놓은 투자활성화 대책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경제제칠을 바꾸기 위해 내세운 창조 경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저성장 흐름을 끊고 위기 이전의 성장추세에 근접하는 성과를 이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브라질은 세계 경제 위기의 덫에서 여전히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는 모양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를 이끌 신흥국(BRICs) 중 한 곳으로 꼽혔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1분기 9.3%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2011년에는 2.8%, 2012년에는 브릭스 국가 중 가장 낮은 1%를 기록했다. 지난해 2.3%로 올라서긴 했으나 2011년 이후 3년 연속 중남미지역 평균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성장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화폐가치가 단기간에 10% 이상 떨어지는 등 심각한 환율 문제에 시달리면서 취약 5개국(fragile 5)에 이름을 올리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과 중남미 국가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출 경기도 위축되고 있다. 원자재 수출은 브라질의 총 수출에서 60%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부분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811억 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불안했던 금융시장은 최근 환율과 국채금리 부분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팍팍한 경제 형편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호세프 대통령은 올 10월에 있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센서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32.2%로 4월 조사의 34%보다 1.8%포인트 낮아졌다. 60%에 달하던 호세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도 30%대까지 주저 앉았다. ◆나란히 내수 침체 겪는 양국…'월드컵 효과' 있을까= "월드컵 개막이 2주밖에 안 남았는데 여전히 경기장을 짓는 중입니다. 개막식전에 완공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지난 5월말 브라질에서 갓 입국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의 말은 현재 브라질 내수시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2011년1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브라질은 '초호황기'를 누렸지만 지난해 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불거지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교육, 인프라, 설비 등을 구축할 실탄이 사라졌다. 월드컵 개막이 코 앞에 올 때까지 경기장을 완공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형주 LG경제연구원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수출 호조와 외국인투자 유입 증가로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졌지만 과거에 비해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구조로 바뀌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성장둔화를 막기 위해 호세프 정부는 지난해 4월 이후 아홉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상승시켜왔고 지난달 29일에는 11%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은 월드컵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지난 4월 6.28%를 기록했다.해외 경제학자들은 이번 월드컵이 브라질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브라질 정부가 월드컵 개최에 330억헤알(약 14조원)을 퍼부으면서 서민들은 도시 외곽으로 쀮겨났고 집값은 폭등했다.'축구의 나라'에서 월드컵을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일어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내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호세프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는 경제 체질 개선과 중산층의 경제적 불안 달래기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브라질 중산층은 지난 10년간 1억명으로 불어나 구매력이 큰 시장을 형성한 만큼 이들의 불안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라는 말이다.한국 역시 여느 때와 달리 '월드컵 특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완만한 회복 세를 보이던 한국경제가 지난 4월 '세월호 침몰'로 소비침체라는 큰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월 서비스업의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0.1%를 기록 했다. 도소매, 예술ㆍ스포츠ㆍ여가, 숙박ㆍ음식업 분야의 소매판매는 -1.7%를 나타냈다. 특히 관광업은 세월호 침몰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70% 가량 줄었고 음식점 매출도 약 30% 감소했다.소비침체와 함께 환율 하락이 장기화되는 것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올해 들어 원 화 가치는 3.7% 상승했는데 이는 주요 17개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에 치명타를 입히는 만큼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더군다나 소비침체에 이어 수출까지 흔들리면 성장동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불안감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취임 1년을 갓 넘은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단기적으로 내수부양과 환율불안 해결로 요약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로 주춤했던 경제정책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수립된 공공개혁, 규제개혁, 창업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또 금융, 부동산 등 서민 경제에 직결되는 경제분야에서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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