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 생사 불분명…미술계, 궁금증 커져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이 천경자 화백(90)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수당 지급을 잠정 보류함에 따라 미술계에서도 천 화백의 생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1일 뉴시스는 예술원이 지난 2월부터 천 화백의 월 수당 180만원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예술원은 지난 1월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천 화백의 큰딸 이혜선씨에게 어머니의 생존을 확인할 만한 자료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이씨가 이에 불응하자 예술원은 1978년부터 천 화백에게 지급해 온 월 수당을 잠정 보류했다. 예술원 회원은 예술가에게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며, 자격 또한 까다롭다. 예술경력 30년 이상으로 예술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어야 한다. 대상자가 돼도 예술원 회원들의 투표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비로소 회원이 될 수 있다. 작고하거나 결원이 생겼을 때만 충원한다. 회원이 되면 국고에서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받는다. 현재 미술분야 회원은 천 화백을 포함해 21명이 등록돼 있다. 예술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003년 뉴욕에서 뇌출혈로 천 화백이 쓰러졌다는 소식 이후 12년이 지났다. 연세도 많으시다. 생사 확인을 할 필요성이 있어 이씨에게 병원기록이나 의사처방 진단서를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명예를 훼손했다며 회원 탈퇴서를 이메일로 보내왔다"고 했다. 하지만 예술원은 법률자문을 통해 본인이 회원탈퇴를 요청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기 때문에 재차 관련 자료를 이씨에 부탁했지만 어머니의 그림들을 자신에게 상속한다는 내용만 보내왔다. 예술원 측은 천 화백이 살아있다는 사실만 확인이 되면 그동안 지급 보류한 수당들을 소급 적용해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미술계에서도 천 화백의 생사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화단에 있는 입장에서, 그리고 천 화백의 그림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겐 천 화백의 생사가 모두들 궁금하다"며 "가족들이 천 화백의 생사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의혹을 더 이상 키우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초 한국을 방문해 1998년 서울시에 천 화백이 기증한 작품 93점을 반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서울시 재산으로 돼 있는 상황임을 강조하고 반환을 거부했다. 더욱이 그동안 이씨는 해당 작품들의 배치나 전시공간 변경에 대해서도 미술관측과 이견이 많았다. 11년 동안 전시관 내 작품과 배치가 한번도 바뀌지 않았던 이유다. 시립미술관 한 관계자는 "기증받은 작품들을 정성껏 관리하는 것 밖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술원이 소장하고 있는 천 화백의 그림은 두 점이 있다. 이는 기증 작품이 아니라 예술원이 구입한 '여인상'과 '그레나다의 도서관장'이라는 그림이다. 이 두 점은 현재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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