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명 다한 원전은 폐쇄를 원칙으로

세월호 참사와 6ㆍ4 지방선거를 계기로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원자력발전소 2기를 폐쇄하라는 여론이 높아졌다. 부산시 기장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와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원전 1호기다. 2007년에 설계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수명연장 승인을 받아 2017년까지 10년 더 가동하게 돼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에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이 중단된 채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안위에 10년간 수명연장을 신청해놓은 상태다.공교롭게도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4월16일 열린 원안위는 2월 하순부터 정기검사로 가동을 중지했던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과 언론, 환경시민단체 등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재가동하기에 충분할 만큼 안전도가 확인된 것이냐는 의문에서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원전의 안전 문제도 다시 들여다보게 했다. 6ㆍ4 지방선거에서는 영남지역 후보 다수가 고리 1호기나 월성 1호기의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다.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는 원전에 탈이 날 경우 우리가 입게 될 가공할 피해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고리 1호기의 수명연장이 만약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추진됐다면 원안위가 그렇게 쉽게 승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고리 1호기는 2012년 2월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냉각기능이 12분간 먹통이 되는 아찔한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가 대규모로 위조된 사실이 드러나 원전의 안전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졌다.한수원은 수명이 다한 원전이라도 기술적 점검 결과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수명을 연장해 더 오래 가동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부도 그동안 이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원전 폐쇄와 필요할 경우 추가 건설에는 돈도 많이 들지만 사회적 논란도 극복해야 하는 난제에 부닥치는 게 두려운 것이다.국가개조론을 내세운 박근혜정부는 원전 폐쇄에 대한 원칙도 새로 세워야 한다. 주민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불의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수명이 다한 노후원전은 폐쇄를 원칙으로 하는 게 옳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 이외의 발전시설 확충과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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