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 추돌에 잠수사 사망, 안전은 없다

지난 2일 발생한 지하철 추돌 사고도 세월호 침몰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 퇴화 탓이 크다. 돈벌이와 이를 위한 경제적 효율이 점점 더 강조되면서 언제부턴가 모르게 우리 사회가 생명의 안전을 하찮게 여기는 집단사고에 빠진 것이다. 지하철 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이 어제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에 따르면 사고 발생 이전에 적어도 4차례나 사고를 예방할 기회가 있었다. 사고 발생 14시간 전에 서울메트로 신호관리팀 직원이 모니터에서 '신호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시간30분이 지난 뒤 신호 오류 사실이 '신호관리소'에 신고됐으나 신호 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사고 열차의 직전 선행 열차는 스크린도어를 여닫느라 출발이 1분30초 정도 늦어졌으나 이런 사실을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하지 않았다. 종합관제센터에서는 운행상황판에서 두 열차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지는 것을 보고도 그냥 방치했다. 사고 발생 경위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경우와 빼닮았다. 세월호의 원래 선장 신모씨는 물론 대리 선장으로 운항을 지휘하다가 사고를 낸 이준석씨도 세월호의 복원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청해진해운 측에 여러 차례 이야기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배의 평형수를 줄여 운항하기를 일삼으면서 복원력 문제가 이번과 같은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식에 둔감해진 탓이다. 사고 발생 후 인명구조 작업에 투입된 인력 중 두 사람이나 사망한 것도 심각한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두 사람 중 해군 병사는 머리를 군함 선체에 부딪쳐서, 민간 잠수사는 구조작업 중 공기공급 호스가 꼬이는 바람에 호흡을 못하게 돼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런 어이없는 사고들은 무슨 일에서나 생명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의식이 우리에게서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세월호 사고는 민간업체의 돈벌이가, 지하철 사고는 공공기업의 경비절감이 인간의 생명보다 우선시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고객이나 종사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돈벌이나 경비절감은 죄악이다. 인명의 안전을 팽개친 돈벌이나 경비절감이라면 당장 중단시키고, 생명 존중을 우선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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